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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대형 건설회사에 다녔다. 입사 5개월만에 현장소장을 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회사가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사표를 던졌다. 대학때 교사이수과정을 마친 덕에 공업고등학교 교사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학생을 가르치며 공부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오랜시간 키워온 영어실력을 믿고 미국으로 떠났다.
“공부는 못했어요. 하지만 영어와 일어만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1981년도에 짐을 꾸려 미국으로 떠났죠. 그동안 모은 돈으로 대학원 등록금을 내고 나니 비상금으로 300달러가 남더라고요. 전재산을 털어 미국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육형제 중 다섯째였다.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었다.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했다. 장학금을 타서 학비를 댔다. 생활비는 쓸고 닦고 청소하며 벌었다. 그때는 젊은 나이에도 걸핏하면 코피가 터졌다고 했다. 젊은 시절 고생 탓인지 치아가 부실해 이 이사장은 치아 12개가 임플란트란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때 고생 덕에 그는 지금도 허드렛일에 능하다. 경기대 교수 시절 제자들과 함께 간 MT에서 짜장면 50인분을 혼자 만들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100분 안주를 뚝딱뚝딱 해내기도 했다. “안주 100인분이요? 어렵지 않아요. 계란 5판, 150개로 계란말이를 둘둘 만들고 두부김치를 만들면 100인분도 금방입니다.”
빨래나 세탁같은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 한번은 며느리가 제옷을 다림질 해준다며 다리미를 찾기에 며느리에게 ‘네 옷도 가져오라’고 해서 척척 다려줬지요. 다림질은 우리 아내보다 제가 더 잘합니다. ”
◇ “부정부패에는 관용 없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하던 시기에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달 31일이 취임 2주년이다. 오라는 곳은 많았지만 성격이 문제였다. MB정부가 4대강 사업에 전력을 기울일 때 그는 물연구소 소장직을 제안받았다.
“청와대에서 4대강 관련 회의를 하는데 회의 때마다 ‘4개 강을 동시에 공사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낙동강 하나만 하든지, 아니면 낙동강과 영산강 두개만 우선 개발하고, 그때 겪은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다른 강에 손을 대야 한다’고 했지요.”
세번째 회의가 열린 날에도 분리 착공 주장을 펴자 청와대에서 “다음부터는 안오셔도 된다”는 통보가 왔다. “선생이 되서 비굴하면 되겠습니까. 틀린 건 틀렸다고 하고 집에 가라고 하면 가면 됩니다.”
그는 이사장으로 취임과 동시에 ▲투명윤리경영과 ▲가치창조경영을 경영방침으로 내걸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부정과 결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건 없건 공단내 부정부패는 근원적으로 사라져야 합니다.”
공단은 해마다 1조 5000억원에 이르는 환경시설공사를 발주한다. 큰 돈이 오가다보니 입찰 등과 관련한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한번 비위행위만으로도 해임 가능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부패 행위 당사자의 상급자까지 연대 책임을 지는 ‘상급자 감독책임제’, ‘직급 강등제’ 등을 도입했다.
“부패에는 관용이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공단 내에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아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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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수처리율은 99%, 하수처리율은 95%에 이른다. 미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수처리 기술 또한 세계적 수준이지만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축적된 기술을 외국에 팔아 국부를 창출해야 하지 않나 싶어 해외사업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칠레, 베트남, 필리핀, ”코트디부아르 등과 같은 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로 진출한 상태입니다. 중동진출도 추진 중입니다.”
◇ 층간소음부터 라돈까지 관리
환경공단이 맡은 업무는 140여가지에 이른다. 정부 3.0 국정과제인 물·공기·토양 등의 오염관리와 환경개선, 자원순환, 폐기물 처리, 층간소음, 라돈, 빛공해 등과 같은 생활환경 보건문제 등을 공단이 전담한다.
“빛도 색도 안 나는 사업은 큰 기업에서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담당하고 있지요. 특히 영농폐기물 수거사업은 연간 180억원의 적자가 나는 사업입니다. 원래 지자체가 해야 하지만, 사업성이 없어 다들 외면하는 탓에 공단이 전담하고 있지요. 공기업경영평가 때는 이 부분에서 발생한 적자 때문에 감점을 받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해내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갈등은 방화나 살인까지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공단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1661-2642)’를 2012년 3월 개소해 층간소음 갈등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루 평균 전화상담은 55건, 현장방문 점검은 13건에 이른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 피해를 최소화하고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상담과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소리없는 암살자’로 불리는 발암물질 라돈 관리도 공단의 몫이다. 공단은 라돈 노출 취약가구에 대해 라돈 무료측정 및 저감 컨설팅을 지원해왔다. 올해는 1500가구에 라돈 알람기 1200대를 무료로 보급할 예정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분들에 대한 피해지원도 환경복지의 핵심입니다. 이같은 대국민 환경서비스를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는 요즘도 대학교 1학년 학생들과 소주잔을 기울인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이런 소통은 직원들과도 마찬가지다. “한달에 두세번 이상은 각 부서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교수 때 경험 덕에 학생들 이름을 외우는 데 익숙해 직원들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하고 불러줍니다. 직원들 반응이 좋아 저도 즐겁습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꿈에 맞춰 노력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실력을 갖춘다면 국내외 어떤 기업에서라도 탐을 낼 것 입니다. 주눅들지마세요. 늘 당당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