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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한국씨티은행의 직급 호칭제 폐지는 금융권에서 이슈가 됐었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이 같은 파격적인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을 보냈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런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님으로 불러주세요”라는 명찰을 달고 다니는 한편 내부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이메일(e-mail)에도 직급을 없애고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토록 했다. 하 전 행장의 경우엔 본인을 ‘하영구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벌금 1만원을 내도록 하고 이를 사회복지기금 또는 회식비로 쓴 일화로 유명하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직급 호칭제 폐지 시행 9개월이 지난 지금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처음 시행했을 당시의 서먹함도 많이 사라져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직급 호칭제 폐지이후 3~4개월간 ‘~님으로 불러주세요’라는 명찰을 붙이고 다녔지만 이제는 명찰을 붙이지 않아도 상대방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급 호칭제 폐지는 은행장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만큼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하 전 행장 못지 않게 박 행장도 지속적인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사석에서 만난 박 행장은 “5년후면 21세기 청년들이 입사하게 되는 시대가 온다”며 “20세와 21세기 사람들이 한 직장에서 공존하는 만큼 원활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세대와 전혀 다른 의식을 가진 21세기형 사회초년생들과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그들을 먼저 이해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