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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초등학생이던 30여년 전부터 동생과 함께 레고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모으다 보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레고 작품을 만들고 싶어졌다. 동생과 함께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을 가지고 처음 전시에 나왔다. 다양한 장르의 피규어나 프라모델, 레고 애호가들을 보니 덩달아 신이 난다.”
지난 18일과 19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테크노플라자 7층에서는 ‘2015 하비페어’가 열렸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하비페어’는 피규어를 비롯해 건프라, 레고, 페이퍼토이, 모형범선, 무선조종자동차, 밀리터리모형 등 다양한 장난감을 모으고 움직이며 취미를 공유하는 토덜트족이 모인 아마추어 전시회다. 이 자리서 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내보이고 각종 정보를 나눈다.
올해 처음 전시에 나왔다는 회사원 김시몬(44) 씨는 동생 김훈(39) 씨와 함께 레고모형 부스를 마련해 30여점에 달하는 창작 레고모형을 선보였다. 김씨는 “레고만으로 방 하나를 채울 정도로 꾸준히 모았다”며 “나이가 들어 레고를 모은다 하니 이상한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취미로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레고를 조립하며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무아지경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45개의 부스 가운데는 직장 동호회가 차린 부스도 있었다. 삼성중공업의 프라모델 조립동호회인 리틀월드도 그중 하나. 회원인 안세호(39) 씨는 “50여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 중”이라며 “50대 부장님부터 20대 새내기 사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해주는 덕에 결성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각종 프라모델 경진대회에 나가서 수상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 안씨는 “다른 동호회는 술을 마시며 모임을 마무리하지만 우리는 작품 하나 더 만들려고 회식도 사양한다”며 “덕분에 자녀와도 공동 관심사가 생기고 오히려 건전한 취미활동으로 가족의 환영을 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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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전시장에 들른 관람객은 약 4000명. 대부분 동호회 회원과 가족이 찾았다. 일반 관람객도 종종 눈에 띄었다. 안양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왔다는 이정수(41) 씨는 “우연히 전시장을 보고 들렀다”며 “전시장에 어른이 더 많은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전시를 준비한 M&M스튜디오의 김성종 대표는 “미니어처 동호회 사이트를 운영하다 7년 전 회원들끼리 전시를 해보자는 데 의견이 모여 전시를 기획했다”며 “여기에 모인 이들은 ‘키덜트’보다 ‘모델러’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원 중에는 대한민국에 있는 직업군이 거의 다 있다”며 “어린시절부터 모형조립 등을 취미를 즐겼던 이들이 성인이 돼 취미를 이어가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문화로 정착했지만 아직 한국에선 어른이 애들 장난감 가지고 논다는 편견이 여전하다”며 “차츰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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