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요즘 부동산시장이 바쁘다. 시장 회복 소식이 봄 개화보다 먼저 찾아와서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 증가에 중개업소도 오랜만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만 8년만이다.
부동산시장은 2006년 활황기를 누린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침체됐다. 이후 버블 붕괴 우려가 제기되면서 쉽게 침체 상황을 탈출하지 못했다.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한시적으로 반짝 수요가 증가했을 뿐이다.
최근 나타나는 지표들은 이전과 분명 다르다.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분양시장에도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다만 거래량에 비해 집값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지난해 100만건을 넘은 주택 거래에도 집값은 2.1%(KB 국민은행 조사 기준) 상승에 그쳤다. 집값보다 더 오른 것은 전셋값이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꿔 내놓는 경우가 늘면서 전셋집이 부족해진 탓이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를 넘는 전셋집도 전국에 수두룩하다. 매매 거래량 증가, 집값 상승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나자 투자 수요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동안 크게 줄었던 ‘전세 끼고 집 사기’가 다시 늘고있다는 소식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은 내집 마련의 고전적인 방법이다. 대출금만으로 집을 사기 부담스러워 대출이자가 나가지 않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이다. 이는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을 때 가능한 방법이다.
이 고전적인 내집 마련 방법이 최근 부동산시장에 다시 돌아왔다. 예전보다 전세가율이 크게 높아져 소형 아파트의 경우 몇 천만원만 투자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아져서다.
전세 끼고 집을 사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우선 자본이득을 노려볼 만한가 하는 점이다. 투자한 아파트값이 최소한 각종 비용(취득세 등 취득비용+재산세 등 보유비용+예금이자 등 기회비용)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전세가율이 90% 이상 높은 아파트를 보면 집값이 거의 안오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1990년대 중후반에 지어져 노후화가 진행 중인 것들이다.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줄면서 1992년 이전 지어진 집들은 수혜가 예상돼 집값이 오르는 추세다. 반면 그 이후 것들은 특별한 수혜가 없다. 2000년대 이후 지어진 집들과 비교해도 노후도가 심하다. 결론적으로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무턱대고 비싼 전세 끼고 집을 샀다 집값이 안오르면 각종 비용만 날릴 수 있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집을 사겠다는 투자자라면 더 위험하다. 단기 투자 시에는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1주택자라 해도 2년간 보유해야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1년 미만인 경우는 매매 차익의 40%를 내야 하고, 1년 이상 2년 미만인 경우 6~38%의 일반세율을 적용해 납부해야 한다. 또 2년 후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일’ 아닌가.
가장 큰 문제는 집이 안 팔리는 경우다. 2012년께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도 전세 끼고 집을 샀다 집값이 하락하자 집이 안팔리는 상황이 발생해서다. 무턱대고 투자용으로 집을 샀다 하우스푸어가 된 선배들의 전철을 밟고 싶다면 전세 끼고 집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