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진건 없었다. 옆에서 빨리 준비하라고 재촉하는 존재가 생겨 귀가 좀 따가울 뿐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나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기가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아이가 밖에 나가서도 불편한 점이 없게끔 준비하다보면 나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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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내 시간이다. 이미 체력은 바닥났고 남편은 재촉한다. 간신히 머리감고 꾸역꾸역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치장할 여유따위 이제 내겐 없다. 운동화에 화장기 없는 얼굴, 머리 질끈 묶고 기저귀가방을 둘러멘 난 영락없는 아줌마다. 나도 아직 긴머리를 휘날리며 하이힐 신을 수 있는데...마음만 간절할뿐 현실은 애 하나 챙기기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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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아기 자는 시간에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하다 집에 가면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서너시간. 열심히 놀아주고 먹이고 재우다보면 어느새 나도 같이 잠들어버린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새로산 옷을 입고 예전처럼 패션쇼 해야지 다짐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예전과는 다르다. 내 옷 사기 바빴던 내가 언제부턴가 딸래미 옷부터 고르고, 내 자식 배불리 먹는 모습만 봐도 정말 배가 불러온다. 주변에서 우리 딸 칭찬을 할때면 괜시리 어깨가 으쓱거리며 내 칭찬 들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다.
이렇게 점점 진짜 엄마가 돼가나보다. 나를 위해 썼던 에너지를 내 자식에게 나눠주며 나를 희생하는 것. 처음엔 그게 너무 싫고 억울하기만 했는데..나의 사랑과 희생을 먹고 자라난 자식을 보면 괜히 뿌듯하고 웃음이 난다. 현실은 쫓기듯 정신없고 팍팍하며 거울볼 시간도 없지만 말이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였겠지. 예쁘고 생기발랄한, 반짝거리는 저 아가씨가 바로 30년 전 우리 엄마였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