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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개헌' 넘어 '중선거구제' 논의할 때

김경원 기자I 2014.12.01 06:00:21
[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양복 입고 삿갓 쓴 모습을 상상해봤다. 한복 바지를 입고 윗옷으로 턱시도를 걸치면 어떻게 보일까. 경제계와 예술계에선 ‘창의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신 나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정치권은 내년에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점을 주목한다. 이는 심판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개헌론’이 핫 이슈로 떠올랐다. 거의 30년 전에 바뀐 헌법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87년 체제 극복론’이 고개를 내밀었다. 개헌론에 불을 댕긴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김 대표의 ‘상하이 발언’ 이후 야당이 동조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청와대 반발로 새누리당 내에선 친박계를 중심으로 개헌론에 반발했고 김 대표는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10일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개헌’이라는 뇌관이 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에서 예산 정국이 마무리되면 김 대표의 말처럼 “개헌논의가 봇물 터지듯 일어날 것”인지 관심이 높다.

그런데 개헌 후 국민의 삶이 증진될지는 다른 얘기다. 개헌은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등의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분위기이어서다. 향후 잠룡들에겐 높은 관심거리일지 몰라도 많은 국민들에게 선뜻 다가오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정치권에선 ‘승자독식의 선거문화’와 ‘지역주의 타파’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조건이다. 한 선거구에서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였던 선거제도는 1988년 13대 총선 때 소선거구제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지역주의가 고착화했다.

지역주의는 1971년 대선 과정에서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신지역의 지지를 동원하면서 본격화한 대한민국의 고질병이다. 이때만 해도 중선거구제였기 때문에 타 지역 출신 인사가 국회의원이 될 기회는 충분했다. 하지만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결정한 소선거구제는 타 지역 출신의 국회 진출 기회를 막는 장치로 작용했다.

실제로 13대 총선에선 평화민주당이 호남에서 한 석을 제외하고 모든 의석을 싹쓸이했다. 대구·경북에선 민주정의당, 부산·경남에선 통일민주당이 크게 승리했다. 이런 추세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지역주의의 골이 깊어졌다.

선거제도의 개혁 없이는 우리나라 성장을 발목잡고 있는 지역주의 타파가 어려워 보인다. 한 개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는 소수당에 불리하고 사표(死票)가 많아진다는 게 단점이다.

결국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바뀐다면 국민의 선택권을 높여줄 것이다. 즉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유권자들이 한 표는 자기 지역 출신 인사에게 행사하더라도 다른 한 표는 인물을 보고 찍어 타 지역 인사의 정계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여야가 선거제도 개편에 미적거리는 이유는 현 양당체제를 고수하고 싶은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여야 정당에 싫증이 난 국민들이 늘고 있는 추세에서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영남과 호남에서 제3정당의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어서일 것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제3정당인 ‘정의당’이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눈치다. 그렇더라도 정치권은 선거가 없는 내년에 우리 몸에 맞는 정치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국민의 걱정거리를 없애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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