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금전쟁’이 여의도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수정으로 촉발된 복지재원 논란 속에 법인세 인상 등을 놓고 여야간 입장차가 워낙 뚜렷해 정기국회에서 입법전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이미 역대 정부들의 법인세 인하조치에 ‘네탓 공방’을 주고받으며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양상이다.
◇여야 정기국회 ‘법인세 대전’ 임박
법인세 인상 문제는 올해 정기국회 최대화두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인세 인상불가’ 방침을 강하게 주장하는 등 최근 여야 3자회담에서도 주요 쟁점중 하나였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은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대신 법인세 조정에 앞서 경제활성화를 통한 세수확보를 강조한다. 정기국회에서 경제살리 법안의 입법화를 최우선과제로 정한 이유다.
여당의 정책라인 한 관계자는 “민주당 주장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면 당장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악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인세는 세율에 영업이익을 곱해 계산하는데, 경기가 침체돼 영업이익이 하락하면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정부 당시 법인세율을 더 낮췄음에도 전체적으로 국세는 증가했다”(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는 논리가 여당에 팽배해있다.
민주당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필두로 ‘부자감세’를 완전히 철회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복지공약 후퇴논란 탓에 불거진 재원부족 문제도 부자감세를 없애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민주당은 법인세 과표 ‘500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는 안(이낙연 의원 대표발의)을 정기국회 중점법안으로 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이 안이 통과될 경우 연평균 5조1100억원가량의 세수확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5년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25조5300억원에 달한다.
◇여야, 역대정부 법인세 인하 ‘네탓 공방’
여야 정책위 수장들은 최근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정부의 법인세 인하조치를 두고서도 ‘네탓 공방’을 벌였다.
포문은 새누리당이 열었다. 민주당이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거론하면서 부자감세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도 똑같이 인하했다는 것이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하는 민주당 10년 집권 때에도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부자감세 철회 주장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는 얘기다.
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다음날인 2일 부자감세가 민주당 집권기간에 더 크게 이뤄졌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두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법인세 인하는 오히려 16대국회에서 과반 이상 의석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여야, 소득세에서 타협점 찾을 수 있을까
다만 소득세를 둘러싼 여야간 대립은 법인세만큼은 치열하지 않다. 여야 의원들이 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율조정을 통한 이른바 ‘슈퍼리치 증세’를 두고 다양한 법안들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인세와는 달리 소득세의 경우 여야간 타협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현재 세율 38%가 적용되는 ‘3억원 초과’ 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로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용섭 의원 대표발의)을 중점법안으로 정했다. 이럴 경우 연평균 3856억원, 향후 5년간 1조928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1억2천만원 초과’로 조정하고, 최고세율을 42%로 올리는 안을 발의한 상태다.
새누리당에서는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성린 의원이 38% 최고세율 구간을 ‘2억원 초과’로 낮추는 안을 발의했다. 이 안이 통과될 경우 연평균 1200억~1500억원 가량의 추가 세수확보가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간 소득세 개정안들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법인세와는 달리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인 새누리당은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 현실적인 대야(對野) 협상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직접적인 세율인상이 아닌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이 의원의 개정안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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