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청약 경쟁 속에 모든 주택형이 완판됐다. 근래 서울 외곽에서 전용 85㎡ 초과 아파트로만 이뤄진 단지가 분양에 나섰다가 대거 미달된 것과 상반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입지와 주택 수요, 주택 면적 등에 따라 투자 수요가 쏠리는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전인 2013년 주저앉을 것만 같았던 국내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지역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단지 근로자 등에게 집을 임대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상당수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이 집을 팔 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양도소득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서 임대사업용 집을 사들이는 다주택자가 크게 늘었다. 분양받은 소형주택은 다시 건설사에게 넘겨질 예정이다. 리모델링 공사를 맡았던 중견업체가 임대관리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 관리와 주택의 유지·보수를 모두 업체가 대행해줘 집주인은 세금 이외에는 신경쓸 부분이 거의 없다.
지금부터 꼭 10년 뒤인 2023년 10월을 가상한 시나리오다. 건설·부동산 리더 25인이 말한 ‘10년 후 주택시장 전망’을 토대로 작성한 이 시나리오는 우리 주택시장의 미래이기도 하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1.5%는 10년 뒤 주택시장은 지금처럼 투자 수요가 몰리는 곳에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여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응답은 34.5%를 차지했다. 반면 주택의 투자 성격이 더 강해지거나(0%) 또는 정반대로 시세 차익이 전혀 의미 없어질 것(4%)이라는 의견은 극소수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 과거와 같은 전국적인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주택시장은 인구 100만 이상 광역시와 서울 등은 집값이 완만하게 상승하고, 20만 이하인 지방 도시들은 인구 감소로 하향 안정화되는 등 지역별 편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순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단장은 “수요 기반 약화로 투자 수요 아닌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주거 환경이 좋은 일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는 차별화 현상이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중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88%가 선호하는 주택형은 지금처럼 중소형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중대형 주택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대답은 12%에 불과했다. 1·2가구의 확산으로 과거 시장 호황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중대형 주택이 지고 중소형이 시장의 주류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은 “국내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고비용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며 “향후 도시 개발계획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주거재생연구센터장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소단위 정비사업이 증가하고 고효율·저비용의 에너지 절감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도시개발사업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시장의 장기 안정화를 위해 현재 정부가 우선해야 할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40%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를 꼽았다. 이어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31%), 주택 수급 조절(20%), 분양가 상한제 폐지(6%), 전월세 상한제 도입(3%) 순이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국내 주택시장은 집값 상승 여부에 따라 투자 수요의 강도가 달라지는 부침이 있겠지만 그 변동성은 고성장기에 비해 둔화될 것”이라고 10년 뒤 미래상을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