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수 IT서비스 업체들을 제외한 대다수가 대기업이 쳐놓은 ‘가두리 양식장’에서 최소한의 생존에 만족하는 물고기에 비유될 정도로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만 80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벤처 가운데 연 매출 1천억 원 이상의 ‘천억 클럽’ 회원사 경우도 90%에 육박하는 기업이 대기업 부품제조 협력사에 머물러, 대기업이 물량을 줄이거나 끊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12일 재벌, CEO 및 기업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에서 벤처로 시작해 성공기업 반열에 오른 ‘천억 클럽’ 회원사 329개사의 2012년도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벤처업체들의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 등 경영성과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만 개에 육박하는 벤처업체 중에서 상위 1%에 속하는 천억 클럽 회원사들의 영업이익률이 6.8%, 당기순이익률이 3.7%에 불과해, 전통 제조업체들의 이익률과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실적은 2011년의 영업이익률 7.3%, 당기순이익률 5.1%에 비해서도 크게 악화한 것.
특히 전체의 87.5%를 차지하는 288개 회사가 전자부품이나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벤처로, 이들은 삼성전자(005930),현대자동차(005380) 등의 협력업체 역할을 하면서 영업이익률이 4.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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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외국 벤처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내에서도 최소한 10%는 넘어야 자립형 벤처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천억 클럽 회원사 중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은 업체는 14개 회사로 전체의 4.2%에 불과했고, 10%를 넘은 업체도 52개사로 15.8%에 머물렀다.
벤처업계에서 수익성이 좋은 곳은 일부 IT 서비스 업체들이다. 이들은 NHN(035420) 등 검색포털과 넥슨,엔씨소프트(036570) 등 게임업체, 그 외 전자상거래 및 소프트웨어 업체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전체의 7.4%인 24개 회사로, 천억 클럽 전체 매출의 12.3%, 전체 순익의 6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IT서비스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5.1%, 당기순이익률도 20.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24개 회사를 제외한 305개 회사의 평균영업이익률은 4.2%, 당기순이익률은 1.4%로, 벤처업계 내에서도 극심한 편차를 보였다.
◇천억클럽 SW업체는 7개가 전부..나머지는 영업이익률 적자 모면 수준
CEO스코어는 대다수의 벤처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쳐놓은 ‘가두리 양식장’에 먹이(물량) 공급을 줄이거나 끊으면 고사할 수밖에 없는 물고기 신세라고 지적했다.
특히 제조업체 중에서도 가장 수가 많고 국내 수출의 근간을 차지하는 전자부품업체(73개)와 자동차부품업체(52개)의 영업이익률이 3.7%와 3.8%로 3%대에 머물고 있다.
비교적 자립도가 높은 IT 서비스업종 내에서도 NHN을 포함한 일부 포털업체와 게임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을 뿐, 선진국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얻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억클럽 회원사 329개 가운데 SW업체는 7개가 전부이고, 이들의 영업이익률도 2011년 3.0%에서 작년에는 2.5%로 겨우 적자를 모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전체 벤처기업 중 상위 1%에 속하는 천억클럽 회원사들마저도 대기업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곳이 많지 않고, 이익률마저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력 성장의 생태계가 거의 파괴됐다”면서,“국내 벤처기업들이 거래선과 시장을 다각화해 자생력 있는 벤처로 거듭나는 게 급선무이고, 정부의 지원정책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