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예림 기자] 돈거래가 수반되는 증권투자에서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이데일리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분쟁조정팀과 공동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사례를 소개하고, 투자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편집자]
2년 전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게 된 투자자 순진해씨. 해외에 있는 관계로 HTS주식 거래가 어려워져, 평소 친분이 있던 가나증권 직원 나잘난씨에게 전화로 매매 주문한 후 주문 및 체결 내역을 메일로 확인 받는 방식으로 주식거래를 이어가게 된다.
출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경제위기로 나씨가 추천해 준 주식 가격이 폭락하게 됐고, 화가 난 순씨는 매매를 중단하고 한동안 나씨에게 전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순씨에게 도의적인 미안함과 영업부진에 시달리던 나씨는 순씨의 기존 손실을 만회해 볼 생각과 영업 실적을 올려볼 욕심으로 순씨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임의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게 된다.
그러나 나씨가 매수한 종목이 급락하면서 2억3700만원의 대량 손실이 발생했고, 나씨는 두려운 마음에 전전긍긍하며 손실사실을 차마 알리지 못한다. 이후 가나증권사가 손실과다 위험 관련 등기우편을 송부한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순씨.
화가 난 순씨는 가나증권을 상대로 나씨의 임의매매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Q. 가나증권은 어떤 과실을 저지른 건가요?
A.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는 투자자나 그 대리인으로부터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주문을 받지 아니하고는 투자자로부터 예탁받은 재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도 고객과의 개별적 또는 포괄적 위임 약정없이 증권회사 임직원이 고객계좌에서 매매거래를 행할 경우에는 고객이 그 임의매매를 사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임의매매로 인한 증권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나씨가 순씨의 승낙없이 주식을 매수한 행위는 비록 고객에게 발생한 손실을 만회해 줄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법률에서 금지하는 임의매매 행위에 해당됩니다. 또 순씨가 사후에 임의매매 행위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기때문에 가나증권은 직원 나씨의 임의매매로 인한 손해를 순씨에게 배상해줄 책임이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순씨가 손해 입은 2억3700만원은 돌려 받을 수 있는 건가요?
A. 안타깝지만 전부 다 돌려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 나씨의 임의매매가 사건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순씨도 주식거래 기간 동안 이메일 주소를 통해 약 28회에 걸쳐 거래내역을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순씨가 평소 계좌관리를 소홀히 한 부분도 손실 확대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순씨의 과실비율 10%를 제외한 약 2억1300만원의 배상책임(90%배상)을 가나증권에 제시했고, 이를 당사자들이 합의하면서 분쟁이 해결됐습니다.
Q. 순씨와 같은 사례가 많이 발생하나요?
A. 임의매매 행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대표적인 불법행위 유형입니다. 최근 들어 실적악화로 인한 영업압박과 기존의 손실을 만회하고자 하는 직원의 무리한 욕심이 임의매매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임의매매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는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고객이 계좌관리 소홀 등의 과실이 있는 경우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고객이 사후적으로 임의매매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동의하고 주가 상승을 기다린 경우에는 손해를 배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잊지 말아야 합니다.
Q. 순씨와 같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임의매매로 인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객 자신이 증권카드, 인감, 비밀번호와 같이 계좌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담당직원의 임의매매 사실을 확인한 경우에는 즉각 해당 증권사에 이의제기를 하거나, 거래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장기간 부재중이거나 해외 거주하는 고객의 경우에는 정기적인 계좌 점검을 통해 자산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주식 거래를 중단할 경우에는 비밀번호 등 중요 개인정보를 변경해 놓는 것이 임의매매를 사전 예방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방법입니다. 아울러 고객의 계좌를 관리하는 직원 또한 신뢰관계 등을 이용해 무단 매매 하지않고, 반드시 위탁자의 동의와 합의 후에 위탁 매매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홈페이지 http://drc.krx.co.kr, 전화 02-1577-2172)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무료 상담과 조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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