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집단대출과 관련한 소송의 위험성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에게 알리도록 각 은행에 지시했다. 새삼 당국이 소송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은 아파트 분양후 입주를 거부하거나 중도금·잔금 등의 대출을 갚지 못하겠다며 소송을 내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승소 가능성에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소송으로 치닫는 것은 자칫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조장하는 데다 당사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문제다.
손해 보고 입주하는 억울함이 소송 불러
분양계약 무효·취소 소송이 제기된 아파트 단지는 4월말 현재 94곳이다. 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낸 단지는 28곳으로 소송규모는 5000억원에 이른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먹을 것, 입을 것을 아껴가며 내집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시세차익을 보기는 커녕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입주를 해야 할 판이 됐으니 대출을 못 갚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는 것이다. 100조원이 넘는 집단대출의 연체율은 4월말 1.56%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4%)의 4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 연체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법에 기대서라도 손해를 줄이고, 억울함을 풀려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소송이 만연해 자칫 모럴해저드를 조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집값 하락은 집가진 국민 대부분이 겪는 고통이고, 주택 구입은 자기 책임으로 하는 것인데 손해 봤다고 모두 소송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열 판촉 줄이고, 연체 이자도 낮춰야
공사 부실이나 허위 분양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법원이 분양자들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은행과 개인 간에 맺은 대출의 원리금은 갚아야 한다는 판례가 아직은 더 많다. 소송에서 지게 되면 소송 비용과 연체 원리금을 한꺼번에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신용불량이나 개인파산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기획변호사들이 끼어들어 소송으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각종 보장제를 내세우며 과열 판촉에 나서는 것도 향후 소송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건설사들은 이것저것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말고 입주자들의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은행 역시 최고 21%의 연체 이자율을 낮출 여지를 검토하는 것이 옳다. 서로 한 푼도 손해 안보겠다며 버티고, 소송에만 기대다간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 단추다. 집단대출이 소송 홍수로 가지 않도록 건설사와 은행도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