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십자가 형태의 나무틀에 매달린 시신으로 발견된 김모씨(58)의 사망 전 행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신변을 정리한 흔적이 보인다”면서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살을 도운 사람이 있거나 타살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북지방경찰청과 문경경찰서는 6일 “지난달 중순 김씨가 휴대전화·태블릿PC·예금을 잇달아 해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3월 말과 4월 초 경남 창원에서 개인택시와 살던 집을 차례로 정리했다. 지난달 13일에는 김해의 한 제재소에서 십자가를 만드는 데 사용된 나무를 사갔다.
다음날 상주 이안면의 우체국에서 예금을 해지, 908만5000원 가운데 900만원을 형에게 송금했다. 나머지는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넣었다.
지난달 11일에는 휴대전화를, 14일에는 태블릿PC를 차례로 해지했다. 태블릿PC에서는 예수의 마지막을 묘사하는 내용을 검색한 사실도 밝혀냈다. 또 텐트 속에는 심장약인 ‘구심’ 200알 가운데 5알만 남아 있었다. 부검의는 김씨의 손발에 난 상처는 ‘생전손상(살아 있을 때의 상처)’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동생에게 “하늘이 좋다. 저 좋은 곳에 가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한 점과, 폐채석장이 골고다의 언덕과 유사하다는 점 등을 들어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김씨의 자살을 도왔거나 타살됐을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자신의 발에 못을 박고, 손에는 드릴로 구멍을 낸 뒤 칼로 배를 찌르고, 목을 매는 등 극한의 고통을 견디며 혼자서 자살을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상식적인 의문점 때문이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혼자서 그 같은 방식으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지도 검증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일 현장을 발견, 신고했던 목사 출신의 ㅈ씨(53)는 자신이 운영하는 종교 관련 인터넷 카페에 최근 ‘십자가에 달린 사람을 만나게 된 경위’란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ㅈ씨는 “2008년 가을쯤 김씨가 찾아와 1시간30분가량 이야기한 적이 있을 뿐 그 이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나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엮이기 싫다면 그 사람을 비난·비판·정죄하고 신앙적으로 잘못된 사람이라고 했겠지만~ 그 사람의 믿음, 신앙은 나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ㅈ씨는 이 카페에서 ‘시해선(屍解仙)’이란 아이디를 쓰고 있다. 이 아이디는 ‘시체가 죽음에서 해방돼 신선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