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휴민트'' 흥행 경쟁
엄마 집밥 떠오르는 ''넘버원''
고전 리메이크 외화 두 편 경쟁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번 설 명절은 지난 14일을 시작으로 약 5일에 걸친 황금 연휴가 이어지는 가운데, 휴일을 보내는 관객들이 즐길 다양한 극장가 화제작들이 포진돼 있다. 부모님과 보러 가기에도 손색 없는 웰메이드 사극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 왕사남)부터 연인·친구들과 즐길 강렬한 첩보 액션물 ‘휴민트’(감독 류승완), 명절 부모님께 효도 심리를 자극하는 힐링 무비 ‘넘버원’(감독 김태용) 등 이번 연휴는 유독 한국 영화 볼 거리가 풍성하다. 국내 영화 화제작부터 외화들까지, 연휴 볼 만한 극장가 화제작들을 살펴보자.
 |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사진=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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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동시기 개봉한 한국 영화 세 편이 박스오피스 경쟁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연휴 현재까지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왕과 사는 남자’다. 연휴를 맞아 개봉한 한국 영화들 중 지난 4일 가장 먼저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국내 영화 최초로 조선 6대 왕 단종의 숨은 역사를 소재로 다뤄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숙부 수양대군(세조)의 난과 당대 최고 권력자인 간신 한명회(유지태 분)에 의한 피의 숙청으로 순식간에 가족과 권력을 빼앗기고 산골 마을로 유배를 떠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결말이 정해진 아픈 역사를 단종이 마을의 부흥을 위한 유배지 유치를 자처한 광천골의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를 만나면서 겪는 개인적 성장과 애틋한 우정으로 그려 호평을 받고 있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이자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의 흥미로운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가운데, 지난 11일 개봉한 ‘휴민트’, ‘넘버원’ 등 경쟁작들의 개봉에도 하루 만에 1위를 탈환한 후 현재까지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어 흥행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 | 영화 '휴민트' 스틸컷. (사진=N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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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 ‘왕과 사는 남자’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해 흥행 순위를 가열차게 추격 중인 작품이 ‘휴민트’다. ‘휴민트’는 ‘베를린’, ‘모가디슈’를 이은 류승완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으로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이 출연해 펼치는 매력적 캐릭터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휴민트’는 첩보 액션 스릴러물의 외관을 하고 있지만 중심에 애틋한 ‘멜로 서사’를 내세워 묵직하면서도 달콤 쌉싸름한 뒷맛과 여운이 N차 관람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반응이다. ‘약은 약사에게, 액션은 류승완에게’라는 수식어가 저절로 생각날 만큼 강렬하고 화려한 액션 시퀀스들의 향연, 국정원 조 과장으로 변신한 조인성이 조각 같은 비주얼, 긴 팔과 다리로 온 몸을 내던지며 펼치는 액션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 청룡영화상 화사와의 컬래버 무대를 시작으로 요즘 한껏 여심들을 저격 중인 박정민이 이번 작품에서 북한 보위부 조장 박건이란 인물로 분해 신세경(채선화 역)과 제대로 집요하고도 아련한 전 연인 멜로 서사를 이끈다. 신흥 멜로 장인이란 수식어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며 차갑고 건조하면서도 웅장한 해외 로케이션의 스케일과 영상미가 압권이다.
 | | 영화 '넘버원' 스틸컷.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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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넘버원’은 봉준호 감독의 천만 영화 ‘기생충’에서 강렬한 모자 케미를 선보였던 최우식, 장혜진이 다시 한번 모자로 재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 분)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 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엄마 밥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인다는 판타지적 설정에, 누구에게나 익숙한 엄마의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유한한 시간의 의미와 가족의 사랑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부모와 자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완성된 ‘넘버원’은 설 연휴를 맞아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최우식, 장혜진과 함께 공승연이 하민의 여자친구 역을 맡아 풍성한 앙상블을 완성한다.
 | | 영화 '폭풍의 언덕'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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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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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메이크 외화들 눈길동명의 고전 명작소설을 원작으로, 이를 영화적으로 강렬히 재해석한 외화 두 편도 이번 설 연휴 조용히 흥행 경쟁을 펼친다. 11일 개봉한 에밀리 브론테 소설 원작의 ‘폭풍의 언덕’과 13일 개봉한 알렉상드르 뒤마 소설 원작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의 원작들은 모두 계급 차이 속의 사랑과 욕망, 집착, 처절한 복수를 그리며 19세기 유럽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폭풍의 언덕’의 경우, 고아 소년 히스클리프(제이콥 엘로디 분)와 몰락한 귀족의 딸 캐시(마고 로비 분)의 비극적 사랑에 집중한 가운데, 원작 및 이전 리메이크들에 비해 한층 더 높고 농밀해진 성적 긴장감으로 강렬함과 매혹적인 분위기를 강화했다. 특히 당대의 문화를 반영한 화려한 의상과 미술, 영상미의 향연이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 청년이 탈옥 후 자신의 삶을 파괴한 이들에게 복수한다는 원작의 기본 뼈대는 유지하면서도, 이전 원작 리메이크 영화들보다 스케일을 강조했다. 더불어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어 고전이 줄 수 있는 고루함을 상쇄시켰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