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가 25일 예금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논의를 시작했다. 여야 정책위의장이 지난 13일 한도 상향에 합의한 만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예상된다. 예금보호한도는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였다. 그간의 성장률, 1인당 소득 증대 등을 고려할 때 한도 상향은 경제 상황에 맞춘 올바른 선택이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부실 우려 소식이 전해지자 고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뺐다. 이렇듯 뱅크런은 디지털런으로 진화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은 디지털런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외국과 비교해도 5000만원은 너무 낮다. 2023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호한도 비율은 한국이 1.2배로 미국(3.1배), 일본(2.1배)을 크게 밑돈다.
다만 한도 상향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고객이 돈을 맡기면 금융사는 예금보험기금용 보험료를 낸다. 예컨대 은행은 예금의 0.08%, 저축은행은 0.4%를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로 낸다. 그런데 보호한도가 오르면 금융사는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고객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또 은행에서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으로 ‘머니 무브’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같은 저축은행 안에서도 중소형에서 대형 저축은행으로 돈이 이동할 수 있다. 돈이 한쪽으로 쏠리면 되레 금융불안이 커질 우려가 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은 부작용 최소화가 관건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4 국감 이슈 분석’에서 “은행의 보호한도는 높이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보호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따라서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차등 설정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 예금보험기금에 금융안정계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같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안계정을 따로 두면 위기설이 도는 금융사를 사전에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 이는 절차가 번거로운 공적자금 조성 등 사후 대응과 대비된다. 현재 예보기금은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특별계정 등 7개 계정을 두고 있다. 보호한도 상향과 함께 금융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