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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엔비디아의 보관금액은 129억 2250만 9405달러(17조 6974억원)로 집계됐다. 1위인 테슬라(129억 4200만 8155달러·17조 7241억원)와 차이를 1950만달러 (267억원) 수준까지 좁혔다.
엔비디아는 상반기만 해도 테슬라를 누르고 보관금액 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AI 반도체의 주가가 너무 급하게 오른데다 시장 기대가 과도하다는 비판 속에 주가가 하락하자 서학개미의 보관금액 순위에서도 테슬라에 다시 1위 자리를 내줬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조차 “많은 기업이 AI에 과도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나중에 가진 것보다 많이 썼다는 점을 알아챌 것”이라고 시장 기대가 너무 앞서 나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이 빅컷을 단행한 이후 AI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며 엔비디아를 둘러싼 투심도 달라지고 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제지표와 대형은행주 실적 서프라이즈 덕분에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는 공고해졌고, 경착륙 우려가 낮아진 상황에서 AI 시장 성장 기대도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가 역시 지난 18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78% 오른 138.0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6월 20일 기록했던 최고점(140.76달러) 경신도 눈앞에 두고 있는 수치다.
특히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하는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젠슨 황 CEO를 비롯한 엔비디아 경영진들은 최근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블랙웰의 1년치 공급량이 완판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AI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AI 시장의 성장만 확실하다면 주가의 우상향도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모델 학습에 필수 반도체인 AI 가속기 시장의 약 98%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 핵심 부품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기대 이하 로보택시…주춤한 테슬라
서학개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테슬라는 정작 미래 먹거리인 로보택시 공개 이후 주춤한 모습이다. 테슬라는 ‘위 로봇(We, Robot)’ 행사를 앞둔 지난 9월 말 260달러까지 올라섰지만, 행사 이후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고 18일(현지시간)에는 220.70달러(30만 2300원)로 장을 마쳤다. 이에 151억달러(20조 6795억원·9월 30일 기준)에 육박하던 보관금액도 현재 129억달러로 밀린 상태다.
물론 대다수의 기업이 기술 행사를 열기 직전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고 행사를 마친 후 막상 주가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나 AI 데이 등 행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 로보데이는 투자자의 기대에도 밑돌았다는 악평을 받았다는 점이 문제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이날 행사를 ‘C-’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행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저가형 차량(모델2)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보택시에 대한 향후 계획도 “2027년 이전까지 로보택시를 3만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생산할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는 조만간 엔비디아가 테슬라 대신 서학개미 보관금액 1위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CIO)은 “TSMC의 실적 호조 이후 엔비디아에 대한 의구심은 대다수 해소됐다고 본다.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실적 발표나 미국 대선 등으로 숨고르기를 할 순 있어도 ‘조정’까진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지부진한 코스피를 피해 미국 성장주 투자에 나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