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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연휴 직후 2차 추가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2024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명절 이후 11개사 플러스 알파(α)의 금융회사에서 유형화된 문제를 자체 점검하거나 다른 문제점을 발굴하는 과정을 이달 마지막 주까지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2차 검사에서는 설 연휴 전까지 진행했던 1차 검사에서 발견된 문제점과 위법·위규 소지를 유형화, 체계화하고 이를 각 판매사에 대입시켜 책임분담 기준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가장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불완전판매 사례는 ‘설명의무위반’이다. 이복현 원장은 “원금 보장이 안 되는데도 노후 보장이 어려울 것이 명확한 그런 분들한테 투자를 권유하는 등 이런 사례가 꽤 확인되고 있다”며 ‘설명의무위반’ 사례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은행이 ELS 상품을 많이 판 직원에게 핵심성과지표(KPI)를 높게 준 데 대해서도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소비자 전체 자산 구성과 규모를 고려해 적절하게 상품을 제공했는지 거꾸로 금융회사 담당자가 마치 내 일처럼 고민해서 상품을 권유했는지 의문이다”며 “노후 자금 1억원밖에 없는 개인 투자자에게 ELS 포션을 상당히 넣었다면 과연 금융사가 소비자 자산운용 목적에 맞게 상품을 판매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투자자의 약 91% 이상이 재투자자인데 이들에게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재투자자라고 해도 첫 투자 시 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설명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2018년 첫 투자 당시 이 같은 손실위험성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가입한 투자자가 2021년 홍콩ELS에 재투자했다면 금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가입할 때도 이러한 손실 위험에 대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소법 19조에서는 투자성 상품에 대해 내용, 위험, 위험등급, 최대 원금 손실 가능금액 등을 알리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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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금소법에 따라 모든 고객을 상대로 판매과정을 녹취했다고 했다. 특히 금감원이 가장 문제점으로 꼽은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에 대해 투자성향분석 과정까지 포함해 전체 판매과정을 녹취했고 판매철회과정까지 설명하며 고지했다고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2019년 DLF사태도 있고 라임펀드 사태도 있어 은행 내부통제와 감사 등을 통해 고위험 상품의 창구판매에 대해선 엄격히 관리해왔다”며 “금소법에서 정한 형식과 절차를 지켜왔기 때문에 상품을 잘 모르고 가입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애초 이번 문제가 된 상품은 매우 단순한 상품이고 만기연장도 없는 상품이라 가입자가 조금만 신경 써도 알 수 있는 그런 상품이다”며 “예·적금 수준보단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가입자가 이해 못 할 그런 상품이 아니었다. 금감원도 그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선 이번 2차 검사에서 금감원이 총력전을 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지점에 비치한 홍콩ELS 판매 브로슈어부터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지 조사했고 창구 판매 직원까지 대질해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조사했다”며 “털어서 먼지 안 나오니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검사 진행하는 게 아니냐. 설명의무를 위반할 정도로 직원들이 어수룩하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은행별로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LS를 판매한 금융사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는 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하고 있다. 은행의 불완전 판매는 지금대로 철저히 조사하더라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기초자산을 연계한 ELS가 손실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위험 가능성이 작긴 했지만 한 번 터지면 손실이 매우 큰 ‘블랙스완’과 같은 것이 홍콩ELS와 같은 상품이다”며 “거기에 대한 위험 인지도가 낮았다. 경험이 없다 보니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