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등 최악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한전이 내년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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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매년 3월께 각 발전 자회사로부터 연간 단위로 경영 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고 있지만,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전 자회사들이 한전의 요구를 수용해 중간배당을 하려면 ‘정관’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한수원과 동서발전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했다. 13일에는 서부발전·중부발전이, 14일에는 남동발전·남부발전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1600억원을 기록했지만, 약 2조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하라는 한전 요구를 수용했다. 발전 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에서 중간배당 관련 정관 개정안을 처리했기 때문에 다른 발전사들도 곧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자회사들에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현재의 재무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한전채 한도가 대폭 줄어 한전채 신규 발행이 아예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한전은 ‘자본금+적립금’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증권가 예측대로 올해 연간 6조원대 영업손실이 나면 한전의 ‘자본금+적립금’은 14조9000억원이어서 한전채 발행 한도는 74조5000억원으로 축소된다. 한전채 발행 잔액이 이미 79조6000억원인 상황에서 내년 3월 결산 후 발행 한도 초과로 한전채를 새로 찍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초과분(약 5조원)도 즉시 상환해야 할 판이다.
이번에 한전이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으면 ‘자본금+적립금’은 18조9000억원까지 늘어 한전채 추가 발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간배당 근거를 만들기 위한 정관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각 사가 구체적인 중간배당 액수를 정하는 단계에서 다시 한번 이사회에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간 영업이익을 넘는 수준의 중간배당이 배임 소지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