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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이 없도록’…인파관리 선봉 ‘경찰 안내소’

황병서 기자I 2023.09.27 06:00:00

박태훈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행사반장 인터뷰
지난 4월 관내 ‘경찰 안내소’ 운영…15차례 인파관리
공황장애 증상 시민 도운 사례 기억 남아
“작은 것도 과하게”…“사고, 한 순간의 방심 속 일어나”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혼자 오셨어요?”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박태훈(32) 경사.(사진=마포경찰서)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레츠락 페스티벌 현장. 약 3만 명이 운집한 축제를 순찰하던 박태훈(32) 서울 마포경찰서 행사반장(경사)은 땡볕 아래 몸을 가누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해 신원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그의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워 고른 숨을 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사설 응급구조대 대원 2명과 함께 남는 돗자리 등으로 침대를 만들어 그를 눕혔다. 찬 물이 담긴 페트병을 목에 대면서 의식을 차릴 수 있도록 했다. 이 상태로 30분이 지난 뒤 여성은 몸을 일으켜 세운 채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일촉즉발’의 순간, 공황장애가 있던 30대 후반의 여성은 발작으로 실신에 이를 수 있었던 것. 다중이 운집한 행사 속에서도 그가 다행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박 반장의 눈썰미 덕분이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주최 측이 있든 없든 모든 행사의 인파관리가 중요해지면서 마포경찰서는 ‘경찰안내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에게 ‘든든하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 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반장은 다중 운집 행사 시 서울 마포구에서 야외 경찰안내소를 운영하는 행사 담당 반장이다. 난지 한강공원, 평화의공원, 월드컵경기장 등 많은 사람이 모여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마포구 특성상, 마포경찰서는 지난 4월부터 경찰 안내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 안내소란 야외 행사장 주변에 설치돼 행사 참가자 길 안내, 환자 발생 시 응급의료부스 인계, 주최 측 안전요원 추가 배치 등의 행정지도, 기타 민원접수 등 행사참가자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 등 15차례 행사에서 경찰 안내소를 운영하며 시민의 안전을 담당해왔다.

박 반장은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행사 과정에서 많이 보이는 멀티 탭이 대표적이다. 멀티 탭 과부화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우천 시 감전될 수 있어서다. 일기 예보를 보고 비가 온다고 하면 멀티 탭에 방수처리를 잘해놨는지 확인하고, 방수처리가 안 돼 있다면 주최 측에 이런 부분도 신경써 달라고 부탁한다는 게 박 반장의 설명이다. 콘서트 행사에서 많이 발견되는 보조배터리 창구도 마찬가지다. 전선이 많이 꼬여 있는 경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소화기 등을 인접한 곳에 배치해 달라고 주최 측에 요청한다고 박 반장은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 과정에 대한 소감을 들려줬다. 박 반장은 “행사 당일 입장 전 다리가 불편한 잼버리 대원이 월드컵경기장 남문 평화의광장 주변에 설치된 경찰 안내소에 도움을 요청해 준비된 휠체어를 제공하고 공연장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안내해줬던 사례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사가 모두 끝나고 서울 월드컵 경기장 서문 부근에서 인파관리 중 잼버리 대원들이 저를 비롯해 배치된 경찰관들과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퇴장했는데, 대화 없이 하이파이브만으로 소통하며 친절한 대한민국 경찰상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졸 출신으로 2016년 순경 공채로 입직, 올해 8년 차인 그는 초등학교 학생 때부터 경찰이 꿈이었다고 했다. 부산에서 상경해 간절했던 꿈을 이룬 그는 “작은 것도 과하게 보는 자세로 근무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행사 담당으로 근무를 하며 ‘사고’라는 것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작은 문제라도 초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대처한다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기에 앞으로도 지금처럼 ‘안전은 나로부터’라고 생각하고 내가 있는 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도록 근무에 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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