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로선 정치적 단식 결정을 통해 내부 결속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6%)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7%포인트나 오른 34%로, 3주째 같은 수치를 기록한 국민의힘과 동률로 나타났다. 특별히 민주당에 호재로 볼 수 있는 사안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단식이 지지층을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가 지사직을 역임했던 경기를 포함한 인천경기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7%로 국민의힘(30%)을 크게 앞섰다. 특히 호남은 직전 조사(43%)보다 무려 18%포인트나 상승한 61%에 달했다. 확실한 내부 결집 효과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이미지까지 호감으로 바꾸어놓았을까. 이번 조사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하는지’ 또는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현 정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응답은 37%로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율 34%와 거의 차이나지 않는다. 반면 현 정부를 견제해야 하다는 답변은 50%로 민주당의 지지율(34%)과 16%포인트나 차이 난다. 이 대표의 단식이 내부 결집으로 당 지지율은 끌어올렸지만 당의 근본적인 경쟁력까지 올리는 수준으로는 연결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표 개인 영향력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약해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결과로 이재명 대표 19%, 한동훈 장관 12%, 홍준표 시장 3%, 이낙연 전 총리 3%, 오세훈 서울시장 2%, 원희룡 장관 2%, 김동연 경기지사 2%, 안철수 의원 2%로 각각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이재명 대표가 45%로 민주당 계열 차기 지도자 중 여전히 월등히 높았지만 절반을 넘기지는 못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서 70%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지만 지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과반의 지지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전체적으로도 차기 지도자감으로 지난 해 9월 조사이후 그래도 20%대 이상의 꾸준한 지지율을 보였던 이 대표가 이번 조사에서는 10%대로 내려 앉았다. 전격적인 단식 돌입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는 있었지만 민주당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렸거나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됐다보 볼 수는 없는 셈이다.
1983년 군부 독재 정권에 저항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국민들에게 큰 울림으로 이어졌다. 집을 막아선 경찰을 향해 YS는 “내 몸을 가둘 수는 있을 지언 정 내 마음을 가둘 수는 없어”라는 민주화에 대한 열정으로 정치 부활의 원동력이 되었다.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한 이 대표의 단식을 민주화의 여정을 위해 몸바친 김 전 대통령의 단식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지금 이 대표에게 필요한 건 단식이 아니라 국민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