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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장관의 이상한 소통법[기자수첩]

이지현 기자I 2023.08.29 06:02:00

기자간담회 국회 현안 질의 이런저런 이유로 "NO"
잇따른 보도참고자료 문자 통해서만 입장 밝혀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메시지는 계속 나오고 있다. 문자메시지와 보도설명자료를 통해서다. 언론과의 대면 언급은 꺼리고 비대면 일방 소통만 하는 것이다. 왜일까?

김현숙 장관이 목소리를 아끼게 된 배경에는 잼버리 논란이 크다. 새만금에서 매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김 장관은 잼버리 영내에서 발생한 성범죄 의혹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이후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와 관련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잇단 논란을 의식한 듯 김 장관은 9일 예정된 브리핑을 직전에 취소했고 공식적으로 혼자 언론 앞에 서지 않고 있다. 벌써 20일째다. 출입기자단의 잇단 간담회 요청에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지난 25일 열린 국회 여가위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출입기자단엔 문자와 보도설명자료의 형태로 본인의 다소 억울한 입장은 모두 토로해내고 있다. 새만금 숙영지가 아닌 에어컨이 있는 국립공원휴양림에서 묵은 것은 “신변의 위협 때문”이라고,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건 “여야가 참고인 출석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본인의 입장만 앞세우는 사이 ‘신림 성폭행 살인사건’은 10여일이 지났음에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여성과 청소년, 가족정책을 총괄해야 할 여가부의 언론 소통 창구는 장관의 개인 소통창구로 전락한 모습이다.

지난해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잘못됐다고 하는데도 인정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으니 사과할 이유도, 고칠 필요도 없다고 하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 사자성어는 올해, 이 상황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거 같다.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잘못이 있으면 즉시 고치라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의 의미를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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