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 확대를 위해 관광 활성화 카드를 꺼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최대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여행을 떠나는 100만명에게 3만원짜리 숙박쿠폰과 19만명에게 휴가비 10만원씩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의 제조업과 IT산업은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관광산업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관광산업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2.8%(2019년)로 중국(10.9%)과 일본(7.5%)에 크게 뒤지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통계가 있는 51개국 중 꼴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2019년 관광수지가 248억달러의 흑자를 올린 반면 한국은 118억달러 적자를 봤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하늘길이 열리면서 올 들어 1월 한달에만 여행수지 적자가 14억 9000만달러에 달했다. 관광산업이 취약하다 보니 내국인 여행객은 해외로 뺐기고 외국인 여행객은 국내 여행을 선호하지 않아 매년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관광 적자는 소비와 일자리가 함께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보이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막으려면 내수를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 내수 촉진에는 관광업이 매우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소비와 고용 창출력 면에서 관광업이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업보다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관광 활성화는 정책 방향에 있어서는 긍정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숙박쿠폰과 휴가비 지원과 같은 일회성 지원 대책만으로는 지속력 있는 관광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적인 투자와 국가적 지원을 통해 관광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 최근의 K팝과 K컬쳐 등 다양한 문화 자원을 잘 활용하면 우리도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새롭게 인식하고 관광청 신설도 검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