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인 KBS의 수신료 수입을 더 늘려주는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 3명 중 2명이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끼워 징수하는 현행 방식을 반대하는 현실은 물론 영국·일본 등 주요국들이 공영방송 수신료를 폐지·인하하는 추세와 거꾸로다. 국민의힘이 “수신료 영구갈취법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나서 법 처리 과정에서 충돌과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단독 개최한 공영방송 관련 법 개정 공청회에서 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수신료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공영성이 떨어져 선정적 방송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을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수신료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고 수신료 인상을 KBS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은 한 술 더 떴다. 이 법은 TV보유자가 KBS에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하는 현재의 방식을 수상기 미보유자가 신고해 수신료를 면제받도록 하는 신고제로 바꿨다. 수신료를 내기 싫다면 TV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알아서 먼저 신고하라는 식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민주당의 태도와 시각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정치 셈법에 매달려 KBS 호위무사를 자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 한전에 접수된 수신료 관련 민원은 4만 8114건으로 역대 최고였다. 편파·저질 방송에 대한 분노와 강제 징수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보급 확대로 동영상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스마트 폰과 PC에 TV가 밀려난 판에 이런 주장들에 쏟아질 원성이 조금도 두렵지 않은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진짜 해야 할 일은 정치적 간섭과 노조 등 특정 집단의 영향에서 KBS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데 있다. 공정한 방송으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방만 경영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고강도 개혁을 촉구해야 한다. 수신료 징수의 원조격인 영국이 2028년부터 수신료를 폐지키로 했고 네덜란드·이스라엘·캐나다에 이어 프랑스도 폐지에 동참했음을 민주당은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