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마케팅 격전지’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롯데칠성음료(005300) 주류 영업을 맡고 있는 김민석 필드매니저(FM)는 최근 현장을 나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9월 ‘제로 슈거’를 앞세워 선보인 소주 ‘새로’가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자신을 믿어준 음식점·주점주들에 보답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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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주 시장의 규모는 음식점·주점 등 소매시장과 가정시장을 합쳐 3조5450억원(2022년 기준)에 이르지만 일부 스테디셀러를 제외하곤 신제품이 좀처럼 끼어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항상 먹던 소주를 찾는 소비자, 꾸준히 잘 팔리는 소주만을 고집하는 음식점·주점들의 성향이 겹쳐서다. 새로가 출시 초반부터 소매시장에 이같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다소 이례적 풍경이란 얘기다.
김 매니저는 새로가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동안 사장님들과 쌓은 신뢰로 신제품을 밀어 넣더라도 결국 사장님들 입장에선 회전율을 따질 수 밖에 없다”며 “새로 출시 이후 한 달 정도 지난 이후부터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오면서 냉장고 골든존까지 차지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우선 김 매니저는 지난해 9월 새로가 출시한 이후 10월 관철동 일대 80% 가량의 음식점·주점에 새로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고 헸다. 1994년생 MZ세대이자 4년차 영업사원의 패기와 근성으로 쌓아온 현장 신뢰 덕분이었다.
그러나 냉장고 한 켠에 쌓인 채 팔리지 않는다면 곧 자리를 비워야 하는 처지라 소비자들의 빠른 반응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엔데믹 전환에도 관철동 일대 음식점·주점들의 연초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80%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에 그쳐 사장님들에게 기다려달라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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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새로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출시 첫째 달 680만명, 둘째 달 720만병을 기록한 이후 셋째 달인 지난해 11월에만 1300만병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해 1월 말까지 새로 누적 판매량은 5000만병을 돌파한 상황으로 매달 1000만병 이상이 꾸준히 판매되며 시장에 연착륙했다.
김 매니저는 “오늘 한 음식점에 새로 포스터를 붙여두면 다음날 경쟁사 포스터가 ‘덧빵(덧붙이기 은어)’돼 있고 다시 포스터를 덧붙이면 다음날 또 덧빵이 돼 있을 정도로 소매시장 소주 경쟁은 치열하다”며 “다행히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로 슈거·저도수’의 깔끔한 맛이 호응을 얻었고, 다음날 숙취를 걱정하는 직장인들도 종종 찾는 제품으로 자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