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거침 없는 통화긴축 행보에 시장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 오름세가 진정될 때까지 주식시장 변동성 국면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장중 한때 지난 6월 종가 기준 연중 최저인 3666선을 깨고 내려가는 등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하락세가 사흘 연속으로 이어졌다. 주간으로도 S&P500지수는 4.6%나 하락했고, 9월 들어 지금까지 6.6%나 떨어졌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가 4.266%까지 상승하면서 15년 만에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3.829%까지 뛰며 11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연준이 이미 세 차례 연속 75bp 정책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서도 연내 4.40%까지 추가로 정책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를 강하게 던지자, 국채금리가 뛰고(=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주가도 하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줄리안 이매뉴얼 에버코어ISI 미국 주식리서치부문 대표는 “올해 유일하게 강세를 보인 자산은 현금뿐이었다”며 “현재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건,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상황에서 채권 가격이 반등해(=채권 금리가 반락해) 주식과 디커플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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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선 다음주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관건인데, 특히 금요일에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나오는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펴면서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다.
마이클 에어론 스테이트스트릿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다음주에 나오는 PEC 물가지표와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에서 공개되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파르게 뛰고 있는 시장금리가 위험자산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단 2년과 10년물 금리가 안정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음주 화요일에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부터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연설, 미셸 바우먼 연준 이사 연설 등도 향후 연준의 행보를 점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전망이다.
이매뉴얼 전략가는 “일단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미 국채금리가 안정되는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말한 경기 침체를 주가에 할인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조금만 더 하락하며 주식시장에도 저가 매수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단 S&P500지수는 다음주 초 3636선인 6월 장중 연저점을 다시 테스트하는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반등 이전에 6월 저점을 다시 한 번 깨고 내려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애리 월드 오펜하이머 기술적 분석부문 대표는 “대형주들이 워낙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시장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S&P500지수 기준으로 3500선이 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