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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돋보기]금융시장 혼란기, 슬기로운 투자생활

송길호 기자I 2022.09.19 06:15:00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금융시장이 한겨울이다. 올 들어 코스피 -19%, S&P500 -18%, 나스닥 -26%, 미국채 20년 ETF -27%, 미국채 10년 ETF -14% 등 주식 채권 구분 없이 모두 하락했다. 블랙록6040펀드 1년 수익률도 20% 하락하며 분산투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같은 금융시장 혼란 못지않게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금융과 서민가계의 연결고리의 변화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금융시장 혼란은 정책당국과 금융회사, 일부 투자자의 ‘일’이지 서민 가계의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주식 인구 1373만명, 경제활동인구 거의 절반이 투자자다. 팬데믹 직전 618만명이었는데 2년만에 두 배 넘게 폭증했다. 이중 MZ세대 주식인구만 500만명이다. 자산순환표상 가계 주식자산은 1000조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500조원 가량의 연금자산까지 합치면 서민 가계의 자본시장 노출도는 놀라울 만큼 커졌다. 서민가계의 투자관리가 가계부채관리만큼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서민 가계는 작금의 퍼펙트스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겨울나기 제일의 원칙은 ‘지키는 투자’다. 투자 혼란기에는 전문투자자도 변동성에 맞서지 않는다. 더욱이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은 통상적인 경기침체보다 정책대응이 어렵고 지속되는 속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금융시장 혼란기에 가계의 금융자산은 늘지 않았다. 지금 경제상황과 유사한 1970년대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70%에서 61%로 줄고 회복기간도 길었다. IT 버블 때도 회복기간은 짧았지만 금융자산은 68%에서 60%로 큰 폭 줄었다. 실물자산을 늘리고, 예금과 안전자산을 늘리고 위험자산을 줄이는 대응을 했지만 부(富)를 온전히 지키지는 못한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이 발전하며 지키는 투자 상품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다. 일년짜리 예금 대신 높아질 대로 높아진 고금리 채권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인컴투자 상품의 다양화는 지키는 투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둘째, ‘씨를 뿌리는 투자’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경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진보가 지지부진했던 시대였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당시 폴 볼커 미국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 의장의 초긴축으로 잡을 때까지 생산성 둔화와 경기침체가 지속됐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에너지전환으로 생산성 혁신이 가속화되며 투자측면에서 기회의 창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 70년대보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된 2000년 IT 버블 회복 때와 닮은 긍정적인 지점이다. 우리나라 가계도 씨를 뿌리는 투자가 가능한 장기투자 성격의 사적연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금자산의 단기투자 습성을 버리고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에 씨를 뿌리는 장기투자로 인식변화가 일어난다면 서민가계의 부를 키우는 기본자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오래 지속될 구조적 요인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시차를 두고 진행될 탈세계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효율의 비용 전가, 물가-임금의 악순환, 팬데믹 이후 초유동성 등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 투자는 시대에 따라 양상이 조금 다르지만 본질은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이다. 70년대 미국 가계가 실물 부동산을 늘리는 대응을 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대체투자자산의 다변화로 원자재 등 금융화된 실물자산의 수요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간 미국 천연가스펀드는 50% 올랐고, 전통자산과 대체투자를 함께 투자하는 미국 CTA ETF는 16% 상승했다. 글로벌 연기금의 상반기 성과에서도 대체투자는 힘을 발휘했다. 대체투자를 제일 많이 하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수익률을 제일 잘 방어한 반면 대체투자를 하지 않는 노르웨이 투자관리청(NBIM)은 -14%로 최악의 성과를 냈다. 서민 가계도 전통자산 중심에서 대체투자를 필수로 하는 분산투자로 바뀌고 있는 자산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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