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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또 지붕 뚫은 환율…"추가 상승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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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22.09.08 06:38:00

원·달러 환율 장중 1380원 돌파…13년 6개월만 최고
엔화 가치 24년만에 최저…위안화는 ''포치'' 코앞
강달러 영향 신흥국→선진국 확대…"경기침체 유발"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발(發) 강달러 태풍에 아시아 국가의 환율이 급등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다른 국가의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선방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힘이 실렸고, 달러 강세와 긴축 우려는 아시아 시장을 압박했다.

(사진= AFP)


원·달러 환율 1380원 돌파…엔화·위안화 가치도 추락

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2.5원 오르며 1384.2원으로 1380원선을 돌파했다. 장중엔 1388.4원까지 오르면서 고가 기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1일(1392.0원),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1일(1383.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4엔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위안화는 역외 시장에서 달러당 6.9946위안에 거래되며 6.99위안을 넘어섰다. 2020년 8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한중일 각국의 환율이 일제히 치솟은 것은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긴축 우려가 짙어지면서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엔화와 유로화 등 6개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0.35% 상승한 110.214를 기록, 2002년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6일(현지시간) 장중 3.515%까지 상승하며 2007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년물의 경우 3.353%까지 치솟았다. 예상보다 경기가 순항하고 있다는 신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56.9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5.5를 웃돌았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이라고 본다.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선방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자 시장에는 긴축 공포가 확산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PMI 발표 직후 시장에서 전망하는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은 72%로 뛰었다.

중국의 8월 수출 지표가 부진한 점도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동시에 ‘믿을 건 미국밖에 없다’는 심리를 키워 추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수출 규모는 3149억2000만달러(약 436조 20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7.1%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인 12.8%는 물론, 전월(18.0%)을 밑도는 수치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중국 수출 증가세가 4개월 만에 꺾이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외환당국은 긴급 회의를 열고 구두개입에 나섰고, 장중엔 달러를 푸는 미세조정까지 실시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폭을 크게 낮추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1400원 돌파는 결국 시간문제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역시 급격한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화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까지 꺼냈지만 ‘포치’(破七·달러당 환율 7위안 돌파)를 막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포치는 중국 외환시장에서 일종의 심리적인 저항선이다. 위안화는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0년 7월 마지막으로 ‘포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달러 강세에 엔·달러 환율은 7일 144엔을 돌파했다. (사진= AFP)


킹달러에 선진국 통화도 맥 못 춰…“경기침체 야기”

이날 외환 시장에 가해진 충격파는 선진국도 결코 달러 강세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달러 초기에는 수입물가 상승, 외화 부채 증가 등으로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경제난과 채무 불이행 우려가 퍼졌지만 긴축 기조 속 달러 강세는 선진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경제가 취약한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 통화가치도 하락하며 경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집계하는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지수는 올해 들어 10% 올라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지수가 3.7% 상승에 그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도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긴축에 따른 세계적인 파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신흥국보다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가 두드러진 것은 오랜만”이라며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는 경쟁 통화를 끌어 내리고 수입상품 가격을 올리고, 다른 나라들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모리스 옵스펠드는 “달러 강세는 보통 미국의 높은 장단기 금리 상승이나 세계 시장의 압박 속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화에 대한 자금 쏠림을 동반한다”라며 “이러한 빡빡한 금융 조건은 모든 선진국 경기 침체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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