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화한 마이너스 성장을 두고 마음을 놓는 건 금물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인플레이션 폭등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최근 전례를 찾기 어려운, 예측 불가능한 악재라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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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치 밑돈 미국 성장률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는 -1.4%(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다우존스는 각각 1.0%를 전망했는데, 이를 밑돌았다. 골드만삭스(1.3%), JP모건체이스(0.7%) 등 주요 기관들의 전망을 하회했다. 지난해 4분기(6.9%) 이후 한 분기 만에 성장세가 식은 것이다.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31.2%) 이후 1년반 만에 처음이다. 팬데믹을 제외하면 2014년 1분기(-1.4%) 이후 8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번 역성장은 기술적인 요인들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1분기 미국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체 성장률을 3.2%포인트 끌어내렸다. 미국은 현재 초인플레이션 상황에도 소비가 줄지 않고 있는데, 이를 충당하기 위해 수입을 늘린 게 무역적자 확대로 나타난 것이다. 무역적자 증가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가 미국보다 호전되지 않으면서 수출이 감소한 것과 겹쳐서 나타났다.
정부 지출 감소 역시 역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1분기 국방 지출은 8.5% 감소했다.
CNBC는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대규모 경기 침체는 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2 정도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은 2.7% 증가했다. 기업 투자는 9.2% 늘었다. 신종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번지고 인플레이션이 폭등하고 있음에도 소비와 투자는 증가했다는 의미다.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무역적자 상황이) 길게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마이너스 성장률은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신호가 아니라 잡음”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이같은 진단에 큰 폭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85% 상승한 3만3916.39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47% 오른 4287.50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3.06% 뛴 1만2871.53에 장을 마쳤다.
◇인플레·우크라 등 악재들 산적
그렇다고 미국 경제를 둘러싼 전망이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다. 오히려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있다. 인플레이션 폭등,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 긴축,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굵직한 악재들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아서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추후 예측조차 어렵다.
미라마 캐피털의 맥스 와서만 창립자는 “공급망 병목 현상, 높은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연준의 연착륙 여부 등이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CNBC는 “(인플레이션 등) 우려들이 점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도이체방크는 월가에서 가장 먼저 내년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공식 경고했다. 일부에서는 1970~80년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은 점치는 인사들까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1분기 성장률을 두고 “미국은 세계적인 코로나19의 도전, 푸틴의 정당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침공, 강력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기술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걸 지칭한 것이다. 그는 “경기 침체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며 “소비 지출과 기업 투자 등이 강력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 차례로 나온다. 이날 나온 속보치는 향후 수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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