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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총재는 이데일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 세 가지 요인이 금리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며 “적어도 금리를 서너 차례 더 올려 올해말 약 2% 수준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흔히 적정금리를 ‘잠재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이라고 보면 기준금리 2%도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새해에도 2%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저금리와 유동성 팽창, 각종 자원 가격 상승, 임금 상승, 국제 공급망 교란,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원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원가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 위험은 3~4년 지속되고 이에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새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린다던데 이는 내년에 가선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총재는 가계부채를 해결할 열쇠도 금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6월말) 104.2%로 선진국의 세 배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저금리를 통해 가계대출을 늘리고 주택 구입을 늘려 경기부양을 해오다 보니 결국은 가계부채가 늘고 집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은 금리”라며 “집을 사도 이익이 되지 않는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이자부담이 13조원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에서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정권 교체, 한은 총재 임기 종료(3월말) 등이 금리 인상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 총재가 누가 되든지 어떤 정권인지에 관계 없이 (한은의 금리 결정은) 독립적”이라고 강조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양극화가 심해지기 때문에 금리 정책도 빈부 격차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금리로 유동성이 팽창하면 자산가격이 올라 양극화가 생긴다”며 “코로나 사태에서 노동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큰 고통을 겪었지만 고소득층은 부동산, 주식 가격 상승으로 소득이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리 정책에 빈부격차 확대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재는 한국은행 목적 조항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그는 “중앙은행 목표를 물가에 한정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지금은 어느 나라나 고용이 최대 문제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앙은행의 역할이 절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정부가 재정지출 늘리고 줄이는 것처럼 한은도 금리 조절,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줄여 경기와 고용문제를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