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에서 글로벌 경제리서치부문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는 브루스 캐즈먼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연내 테이퍼링 의지를 보이긴 했지만, 연준의 향후 행보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만큼 시장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달러화 강세 역시 그리 오래가지 않고 연말 쯤 되면 서서히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전 세계에서 가장 일찍 나타났던 중국 경제 회복세가 완연하게 꺾이고 있긴 해도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인민은행)이 동시에 내놓았거나 앞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각종 부양조치들이 오히려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은 캐즈먼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일정은 어떻게 될까.
△테이퍼링을 공식화한 만큼 11월이나 12월에 테이퍼링 일정과 자산매입 축소 규모 등을 공식 발표할 것이다. 자산매입 축소는 8개월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달 미 국채 800억달러, 모기지담보증권(MBS) 400억달러 씩 사들이고 있는데, 이를 매달 100억달러, 50억달러 씩 줄여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그 이후에도 꽤 먼 얘기일 듯하다.
△그렇다. 연준은 테이퍼링 이후 이뤄질 본격적인 통화긴축정책 선회에 대해 3가지 전제조건을 분명히 밝혔었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해야 하고, 둘째 향후 인플레이션이 2%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 가능해야 하며, 셋째 고용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완전고용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달성되기 위해서는 2022년 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연준은 2023년 중반 정도는 돼야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질 리스크는 있다.
-달러화는 최근에 다소 강해졌는데.
△달러화 가치는 앞으로 수 개월 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중국과 이머징 국가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달러 값이 추가로는 최대 2% 정도로만 완만하게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말 쯤 되면 코로나19 백신 보급 진전과 이머징 국가에서의 이연된 수요로 인해 미국과 다른 국가들 간 성장률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달러화 강세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테이퍼링으로 신흥국 충격이 나타날 수 있나.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2013년 긴축 발작(taper tantrum)은 연준의 긴축 일정 공개가 미국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결과였다. 또한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임이 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고, 만약 버냉키 의장이 바뀔 경우 연준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스탠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반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테이퍼링 우려에도 시장금리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이는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주면서도 기준금리 인상과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도 연말까지 계속 올라가긴 하겠지만, 높아야 1.75% 정도에 그칠 것 같다. 연준도 2013년 당시의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제롬 파월 의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고, 설령 교체된다 해도 연준은 계속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반도체 경기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는데.
△JP모건은 반도체 경기가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적어도 내년까지는 반도체 공급 압력을 누그러 뜨릴 수 있는 공급 확대와 생산시설 확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배경 하에서 반도체 경기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업체들의 매우 강한 투자가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반도체 제품 하락은 완만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정부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글로벌 경제의 유효생산능력이 여전하고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이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 부채 급증에 따른 단기적인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중국 경제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분기에 중국 경제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는 앞으로 중국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신용정책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에서의 부양책이 전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 완화와 함께 글로벌 경제 성장 회복세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규제 강화로 인한 걸림돌과 정책 지원으로부터의 광범위한 이동으로 인해 내년도 중국 경제 성장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5.7%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간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으로서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이슬람국가(IS)의 테러나 미국의 공습이 아프간 일부 지역 내에 제한돼 있고, 이런 지역적 억제가 계속된다면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