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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들여오는 이베리코 등 해외 프리미엄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시장 개방화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싼 가격이 아닌 품질로도 국내 농가들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사라져 가던 재래돼지, 화려한 마블링으로 부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축산원)은 대부분 해외 품종을 키우고 있는 국내 양돈업계의 국산화를 위해 국산 개량돼지의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종돈 수입에 따른 로열티 지출을 줄이면서 뛰어난 맛과 생산성을 갖춰 농가 경영 안정에도 보탬이 되는 게 목표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축산원 축산자원개발부는 한국에서 길렀던 재래돼지의 개량을 추진했다. 국내 전통 재래돼지는 흑돼지인데 육질이 뛰어나지만 생산성이 낮아 사실상 사육이 끊긴 상태였다. 김 연구사는 “재래돼지는 사육일수가 길고 적은 새끼 수 등 생산성이 낮아 국내에서 키우는 농가가 한 곳 밖에 없었다”며 “국내 사육 흑돼지가 대부분 수입 품종에 의존해 소비자 입맛에 맞고 생산성을 높인 국내 흑돼지를 보급하자는 게 개발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육질이 장점인 재래돼지와 생산성이 우수한 두록 품종 돼지를 교배해 맛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찾았다. 2008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2015년 개발했다.
품질 측면에서 보면 우리흑돈의 근내지방(일명 `마블링`, 육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4.3%로 개량종 돼지(3%)보다 높다. 사육일수는 180~190일로 일반 상업용 돼지(175~185일)보다 조금 길지만 재래돼지(230일)보다는 짧다.
지난해 농진청이 실시한 전문가 시식에서는 우리흑돈의 육색(빛깔) 점수가 6점 만점에 4.96점으로 재래돼지(5.22)보다는 낮았지만 개량종 돼지(3.15)를 크게 웃돌았다. 향미는 4.8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우수한 마블링에 보기도 좋고 향도 좋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김 연구사는 “셰프 시식평에서는 질감과 향이 부담스럽지 않고 감칠맛이 탁월하다고 했으며 우리흑돈 소비자 리뷰에서는 ‘고기 구울 때 버터에 빵 굽는 향이 났다’는 등 호응이 컸다”고 강조했다. 우리흑돈이 시장에서 일명 ‘팝콘돼지’로 불리는 이유다.
◇고급 돼지고기시장 수입 대체 효과 기대
축산원은 우리흑돈의 국내 보급을 위해 여러 농가들과 협의를 진행해나가고 있다. 그중 경산에 자리한 덕유농장은 2016년부터 시범 사육농가로 우리흑돈 보급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2000여마리의 우리흑돈을 사육하고 있는 덕유농장은 최근 민간 종돈장으로서 씨돼지 분양을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피밀리 우리흑돈’이라는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만들어 우리흑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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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흑돈을 비롯해 제주 지역 국산 돼지품종을 활용한 난축맛돈 등이 널리 활용될 경우 날로 커지는 프리미엄 돼지고기시장에서 수입 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농진청은 연간 이베리코 돼지고기 수입액만 176억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산 개량 품종을 활용하던 국내 양돈농가의 국산화도 성과다. 자국 고유 품종 확대를 통해 해외에서 종돈을 들여올 때 나가는 로열티 등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우리흑돈의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대형 민간 종돈장의 사육이 필요하다. 이들이 직접 우리흑돈을 키우고 생산을 늘려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많이 선봬야 상품성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사는 “현재 일부 대형 민간 종돈장에서 우리흑돈을 가져간 상태”라며 “이곳에서 자체 개량이나 검증 등을 통과하면 우리흑돈 대중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작 지원: 2021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