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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년부터 25조+α 기본소득…국토보유세·탄소세 필요”

최훈길 기자I 2021.07.19 06:18:00

[대선 경제책사 인터뷰]이한주 경기연구원장②
“4차 산업혁명 양극화 시대에 기본소득 꼭 필요”
“전국민 기본소득은 엄청난 재원 필요해 어려워”
“국민적 합의 전제로 아동·청년부터 단계적 확산”
“기본소득 거버넌스 위원회서 구체적 방식 논의”

내년 대선의 화두는 경제입니다. 차기정부 경제정책에 따라 기업, 시장, 서민들의 삶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데일리는 대선캠프 안팎의 경제 브레인들을 만나 대선의 경제 화두, 차기정부 경제정책 어젠다를 진단·전망하는 연속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수원=이데일리 최훈길 공지유 기자] “양극화 완화를 위해 기본소득 도입은 꼭 필요합니다. 다만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이재명 경제책사’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브레인이자 경제책사인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연구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도입은 가야할 방향이지만 실제 도입되기까지 참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자동차 엑셀을 밟듯이 정권 초반에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기본소득 꼭 필요, 방식은 단계적으로”

이재명 지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기업 규제 철폐 등을 담은 ‘전환적 공정성장’을 제1공약으로 제시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이를 통해 양극화 완화를 하겠다고 짤막하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정책은 반드시 한다”면서도 “언제, 누구에게, 얼마를 줄지 등 세부적인 정책 내용을 정하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선캠프 내에서 논의했던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우선 기본소득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 원장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전세계 최고 수준이 됐고 양극화는 굉장히 심해졌다”며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 없는 성장’까지 왔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경제적 기본권으로서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쟁점은 어떻게 도입할 지다. 이재명 대선캠프는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현금성 수당을 지급하는 ‘크레페형’ 방식을 우선 검토했다. 얇은 부침개를 겹쳐 만드는 크레페처럼 전국민에게 차별 없이 골고루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매년 상시적으로 지급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하지만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모든 국민(5200만명)에게 100만원 씩 지급하면 연간 52조원에 달하는 재정이 필요하다. 고교 무상교육을 26년간 할 수 있는 대규모 재원이다. 그렇다고 기본소득을 100만원 미만으로 낮추면 재정 부담이 줄지만 턱없이 적은 ‘쥐꼬리 수당’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 원장은 “사람들이 뭔가 받았다고 느낄 정도가 되려면 엄청나게 많은 재원이 필요한 만큼 임기 중에 전국민이 느끼기에 충분한 기본소득을 주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크레페형에서 보강형으로 방식을 바꾸는 게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본소득 보강형은 기존 복지수당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현행 아동·청년수당 지원 규모를 늘리고, 단계적 점진적으로 아동·청년 이외의 계층으로 기본수당 대상을 넓히는 방안이다. 이 원장은 수당 보강형 방식에 대해 “대학 졸업하고 실업난에 처한 청년들, 0~5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부터 기본소득을 지원하면 청년실업, 육아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계곡 정비처럼 성과낼 것”

아동·청년 등에 지원하는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증세 방안이 거론됐다. 이 원장은 “세금의 자연증가분, 세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차기정부 5년 임기 내에 기본소득 재원 25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50조원 재원까지 마련하려면 현행 감세 규모 축소, 국토보유세 및 탄소세 신설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보유세는 이재명 지사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주장한 공약이다. 땅에 세금을 매겨 15조5000억원 세수를 거둔 뒤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 씩 토지배당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탄소세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이 배출되는 화석연료의 탄소량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다.

결국 증세 부담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섣불리 기본소득 로드맵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 원장의 지적이다. 이 원장은 “기본소득을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지급할지 결정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의회 산하나 대통령·의회 산하에 기본소득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들어 지급 방식,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경기도의 계곡 정비사업을 보면 이 지사는 끈기 있고 집요하게 거버넌스 논의 구조를 만들어 성과를 냈다”며 “이 지사처럼 리더가 진심을 보여줄 때 국민적 합의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195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식물학과 △서울대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 △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분과위원장 △가천대 특임부총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분과위원장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 △예금보험위원회 위원 △제13대 경기연구원 원장(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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