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의 조달과 접종이 국가적 과제가 된 마당에 일부 정치인이 백신을 정치도구화하는 행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야당 대선후보 자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주 미국 방문 중 백악관에 백신 1천만회분을 한국에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임 중인 서울·부산·제주에만이라도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여당 정치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와 제약회사 간 비밀유지 협약에 묶여있는 백신별 도입 일정을 공개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의 이런 행태는 백신의 조달과 접종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야당 정치인이 정부의 백신 수급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야 뭐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정부를 대표하거나 대리할 권한이 없는 일개 정치인으로서 국내 백신 공급처를 마음대로 선정해 외국 정부에 도와달라고 한 셈이니 어이가 없다. 행안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으로서 백신 수급을 포함한 방역행정 사령탑의 일원이다. 그럼에도 전 장관은 존재감 과시를 위해 자칫 방역행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비밀 누설을 했다.
이제는 백신 보릿고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 접종 속도 높이기가 방역의 최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5~6월에 추가로 국내로 들어올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은 1429만회분가량이다. 상반기 중 1300만명 1차 접종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5~6월 중 191만여명으로 추정되는 2차 접종 예정분도 충분히 댈 수 있는 물량이다.
하지만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어서 접종 속도 높이기에 장해가 되고 있다. 최근 해외 보험사의 국제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64%는 백신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34%만 백신이 ‘매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의 위험도를 과학적으로 평가해 정확히 알리고 피해에 대한 신속한 의료대응과 충분한 보상지원 체계를 갖춰 국민이 안심하고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방향에서 여든 야든 정치권에서 해야 할 숙제는 아직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