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온다"…돈 몰리는 공모주 펀드

김윤지 기자I 2020.10.05 01:30:00

‘BTS 투자 펀드’로 홍보, 하루에 2394억원
“유형·전략별 성과 차이 커…잘 살펴야”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지난달 24일 하루 판매된 ‘코레이트 코스닥벤처 플러스’ 펀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에 참여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2394억원을 모았다. 당초 목표로 잡았던 2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BTS(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에 참여하는 게릴라 펀드”라는 마케팅이 통한 셈이다.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펀드에 대한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SK바이오팜(326030),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연달아 흥행을 하면서 이날 일반 투자자 공모주 청약을 시작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역대급 경쟁률이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SK매직, 원스토어, 야놀자, 크래프톤 등 줄줄이 기업공개(IPO)를 기다리고 있다.

4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28일 기준 123개 공모주 펀드에는 올해 들어 1조2908억원이 유입됐다. 최근 3개월로 기간을 좁히면 1조4990억원으로 테마 펀드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삼켰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연초 이후 14조7513억원, 3개월 사이 5조8145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인기의 배경은 ‘공모주 열풍’에 있다. 공모주에 자금이 몰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상대적으로 절차가 덜 번거롭고 비교적 소액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공모주 펀드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기업 공개 공모주식은 우리사주 조합원과 일반청약자(개인 투자자 등)에게 각각 20%를 배정하고 나머지 60%를 펀드 등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한다.

지난달 초 상장한 카카오게임즈(293490)는 15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가 1억원을 증거금으로 맡기면 5주를 받았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의 2배인 4만8000원에서 시작해 6만2400원에서 마감했다. 단순 비교하면 160% 상승했다. 하지만 1억원을 투자금으로 보면 19만2000원을 벌었다. 0.19% 수익률이다. 상장일인 9월 10일 주가가 펀드 기준가에 반영된 9월 11일 기준 공모주 펀드 평균 일간 수익률은 0.55%다.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혜택·전략·의무보유 확약 등 살펴야”

공모주 펀드는 일반 공모주 펀드, 코스닥벤처 펀드와 하이일드 혼합형 펀드 등으로 나뉜다. 제도 도입 당시 혜택의 차이 등으로 시장에 따라 펀드 강점이 다르다. 코스닥 시장에선 코스닥벤처 펀드가 공모 규모의 30%에 대해서 우선 배정을 받는다. 하이일드 혼합형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등급의 하이일드 채권 혹은 코넥스 주식에 45% 투자하거나 국내 채권 비중을 60% 이상으로 설정하면 유가증권시장에 공모주 10%를 우선 배정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해당 혜택은 올해로 일몰한다.

포트폴리오에 따라 수익률 차이도 크다. 운용전략, 추가 운용전략의 병행 유무, 의무보유 확약 등도 살펴봐야 할 요소다. 7월 기준 아이티엠반도체(084850), 메드팩토(235980) 등을 보유한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주혼-파생]종류A’의 3개월 수익률은 28일 기준 17.91%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 자릿수에 머무는 펀드도 적지 않다.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을 보유해 성과가 부진한 펀드의 경우 자금 유출로 해당 종목의 비중이 높아져 성과 부진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 기존 고객의 수익률 관리를 위해 일시적 판매 제한(소프트 클로징)으로 수익률 희석을 방어하기도 해 미리 살펴봐야 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펀드 투자에 있어 ‘쏠림’ 경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연구원은 “과한 관심으로 청약경쟁률이 너무 높아지면 기본적으로 배정 수량이 줄어들고 공모가도 높게 형성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형, 운용사, 펀드별 투자자금의 쏠림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투자 종목마다 혜택이 큰 유형 의 펀드에 투자 비중을 높이는 식의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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