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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배율(Leverage ratio)이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A카드사가 회계재무 상 1억원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면, 현행 한도(6배)상 총자산은 6억원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최대 5억원까지만 대출을 해줄 수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탈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예금)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자본 규제가 적용 됐습니다. 따라서 레버리지 배율 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여전사들은 대출과 신사업 투자 확대 등에 있어 여유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레버리지 배율 한도 확대 방침에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적극 반겼지만, 유독 ‘삼성카드’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은 약 3.2배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씨(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의 평균 레버리지(약 5.2배) 보다 낮은 수준이죠. KB국민카드(5.7배), 우리카드(5.7배), 롯데카드(5.6배), 신한카드(5.4배), 현대카드(5.2배), 하나카드(5배)와 달리 홀로 월등히 낮습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2위(17.5%)로 영업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닙니다. 총자산도 약 22조원으로 업계에서 3번째로 많죠. 그럼에도 레버리지 배율이 낮은 이유는 깔고 있는 ‘자본’이 유독 많은 재무 사정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카드의 총자본(평잔 기준)은 약 6조9450억원으로 국내 카드사들 중에서 최고 규모를 자랑합니다. 반면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약 3130억원으로 업계 1위 신한카드(4422억원)보다 적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경영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51%로 업계 하위권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삼성카드 입장에서는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자본이 ‘딜레마’가 되고 있습니다. 대출 자산을 무작정 확대할 수도, 자본을 축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삼성카드가 유독 자본이 많은 이유는 지난 2002년 ‘카드사태’를 겪으면서입니다. 당시 삼성그룹은 계열사 삼성카드에 막대한 자본을 태워 부실을 막았죠. 삼성카드의 자본은 2003년 말 7091억원에서 2004년 말 1조4050억원까지 두배 이상 불어났으며, 지난해 말 약 7조원까지 10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자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이미 국내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가계부채 등 건전성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대출을 확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막상 ‘노는 돈’을 줄이려고해도 여건이 여의치 않습니다. 삼성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기업공개(IPO)를 한 코스피 상장사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감자를 통한 자본 축소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주주들에게 배당을 높여 자본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과 ‘오너 등 재벌이 많은 배당금을 챙긴다’는 질타를 받을 수 있어 이 역시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지분 71.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지분 20.76%)입니다.
이러한 ‘속사정’으로 삼성카드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 완화가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인 것입니다. 앞서 카드사들이 같은 여전업계 캐피탈사(레버리지 한도 10배)와의 형평성을 주장하며 한 목소리로 금융당국에 한도 확대를 요구할 때, 삼성카드는 동참하지 않았다고 하죠. 결국 카드사 레버리지 배율은 10배에서 조금 후퇴한 8배 확대로 마무리돼 오는 7월 적용을 앞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