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 가이드]정책위의장 동반 출마, 與野 다른 이유는?

유태환 기자I 2020.05.09 07:00:00

7~8일 민주·통합 원내대표 선거전 마무리
가장 큰 차이 정책위의장 런닝메이트 여부
與,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당 대표가 지명
"당·원내 지도부 간 엇박자 심각, 반면교사"
野 "계파·지역 안배, 정책 역량 약화" 우려도

정치권에는 특유의 문화, 제도가 존재합니다. 정치 기사에도 어렵고 난해한 정치권 고유의 용어들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분량 제한 때문에, 때론 당연히 독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명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를 알지 못하는 독자’도 쉽게 관련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알못 가이드’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을 뽑는 당내 경선이 각각 지난 7일과 8일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는 당권파 친문(문재인)인 김태년 의원이, 제1야당인 통합당에서는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5선 주호영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낙점됐습니다.

국회의원들을 대표하는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들에게만 투표권이 있는 반장선거 형식으로 선출됩니다. 다만 첫 임기 원내대표는 등원 전 차기 국회 당선인들의 총회에서 선출하는 게 관례입니다.

민주당과 통합당 역시 당선인 총회에서 이번 신임 원내대표를 뽑는 경선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양당의 원내대표 선거의 결정적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와 런닝메이트로 동반 출마를 하느냐 여부입니다.

민주당은 원내대표·사무총장과 당 3역으로 불리는 정책위의장을 당 대표가 지명합니다. 반면 통합당은 원내대표 후보와 짝을 이뤄 출마해 의원들의 선택을 받습니다.

그러면 여야의 제도가 이처럼 다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인 총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민주, 당·원내 분란 소지 줄여보자는 차원

민주당도 과거에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으로 당을 운영했습니다. 오히려 ‘원내대표’라는 이름의 원조는 김근태 전(前) 열린우리당 의장입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여당이었던 우리당 이전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총재가 당을 지배하는 구조였습니다. 원내대표도 원내총무라는 명칭으로 지금과는 권한이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미비했습니다.

총재 체제에서 원내총무는 당의 인사와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보다도 ‘급’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를 직접 선출하고 여야가 원내 중심 정당을 표방하면서 권한과 위상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부터 민주당에서 잊을만하면 나오는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여기에도 적용됩니다.

원내대표의 위상이 강화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내 ‘투톱’인 대표와 갈등이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당연히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간 엇박자와 불협화음도 계속됐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이런 갈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책위의장 런닝메이트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합니다.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사이의 분란 소지를 줄여보자는 차원에서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특성상 내부 갈등이 많았다”며 “우리당이 깨지고 나서 제도를 바꾸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엇박자가 심각했던 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제21대 국회 미래통합당 첫 원내대표에 선출된 주호영(오른쪽) 의원과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이종배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총회에서 당선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통합,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 후보 보완재

통합당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런닝메이트 제도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함께 선거전을 치르는 만큼 원내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끈끈한 호흡이 장점입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선거를 치러야 하다 보니 정책위의장의 정책 역량보다는 계파와 선수가 최우선 순위로 고려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번 통합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TK(대구·경북) 지역 주호영 의원은 충청권의 이종배 의원을 정책위의장 파트너로 낙점했습니다. 반대로 서울 용산이 지역구인 권영세 당선인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신의 조해진 당선인을 선택했습니다.

과거에도 통합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상호 간 계파와 지역을 보완해주는 보완재 역할을 해주는 관계였습니다. 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의 일환으로 친박(박근혜)은 비박과, 영남은 수도권과 짝을 이루는 식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당내에서는 “계파와 지역을 안배하다 보니 당 정책 역량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곤 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당선된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거친 정책통이라는 평가입니다.

당 관계자도 “이 의장을 한 번 지켜보자”며 “잘 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통합당에서는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이 정책위의장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후보군 교통정리도 이뤄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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