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늘고 신규채용은 중단…코로나발 고용한파 2030이 가장 추웠다

김소연 기자I 2020.04.14 00:01:10

"무기한 무급휴가 선택하라 강요…정리해고 늘어"
고용대란 현실화…고용보험 가입자 16년만에 최저
제조업 7개월째 감소…신규채용 줄여 2030도 타격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글로벌 무역인력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소연 조해영 기자] 온라인 여행사에 다니던 김은미(33·가명)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주일 무급휴가, 일주일 출근을 반복하다 이달 초 결국 해고 당했다. 온라인 여행 예약회사인 이 업체는 줄어든 일감에 결국 정부에서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않고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김 씨는 물론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다른 팀원도 모두 실업자 신세가 됐다.

항공사 협력업체에 소속된 박진식(55·가명)씨는 기내 청소를 담당했다. 그러나 운항하는 항공편이 없으니 할 일도 사라졌다. 회사는 박씨에게 무기한 무급휴직을 여구했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정리해고하겠다고 했다. 박씨 뿐 아니라 인천공항 지상조업사, 협력업체 노동자의 절반 가량이 무급휴직 중이거나 이미 퇴사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빠르게 증가하던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수는 2004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2030세대 청년층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연기한 영향으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제조업 역시 코로나19가지 겹치면서 7개월째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줄었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줄었다는 것은 취업자수보다 실직자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대규모 실직이나 구조조정 등 노동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보험 안전망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고용유지에 집중된 정부 대책에 실업 대책도 추가로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1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5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13만505명) 대비 25만3000명(1.9%)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을 살펴보면 △2019년 11월 47만7000명 △2019년 12월 42만8000명 △올해 1월 37만5000명 △2월 37만6000명 △3월 25만3000명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4년 5월 23만7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 자제, 모임 최소화 등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학 연기 등으로 숙박·음식, 도·소매, 교육서비스 등 서비스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에서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 감소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54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1000명 줄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가 크게 둔화했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35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3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여행이나 전시·행사 대행 등이 포함된 사업서비스업이 1만8000명 줄었고, 초중고 방과후·특기 적성교사 등 교육서비스업이 1만8000명 증가했다. 12만명 이상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던 보건복지는 10만 8000명 증가했고 숙박음식업도 전년 동월 대비 2만6000명 늘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기업 신규채용 연기·축소하자 2030 취업준비생 타격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세대의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신규채용을 연기하거나 줄인 데 따른 영향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29세 이하 청년층은 1만7000명, 30대는 4만2000명 줄었다. 특히 29세 이하 청년층은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감소로 전환했다.

취업준비생 김지환(27)씨는 “반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재취업 준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소식이 기약 없이 밀려 막막하다”며 “언제 나올지 모르는 채용공고를 기다리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언제 취업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두렵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고용보험 자격 취득자는 69만명으로, 작년 동월(79만8000명)보다 10만8000명(13.5%) 감소했다. 이에 반해 고용보험 자격 상실자는 72만6000명으로, 2만4000명(3.4%) 늘었다. 고용보험 상실자 증가보다 취득자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 기업이 신규채용을 축소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임 차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신규채용이 많지 않아 청년들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면 업무를 하는 서비스업에서 음식·숙박업 같은 경우도 피보험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고용보험 보험자 상실과 고용보험 취득을 따져 봤을 때 취득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발 실업대란이 현실화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실업 대책 역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률을 한시적이라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비자발적인 이직에 대해서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만, 자발과 비자발의 경계가 모호한 곳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비상상황에는 요건을 완화하는 대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도 “지금은 한시적으로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실업자나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게 필요해보인다”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소득지원이 아닌 취약계층이나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특정 업종 등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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