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달 17일 벤처기업 전문 투자회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 주가가 장중 10% 넘게 치솟았다. 이 회사가 투자한 ‘에스디바이오센서’라는 기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정부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덕이다. 에스디바이오의 실적 성장 기대감에 에이티넘 주가도 덩달아 뛴 것이다.
그러나 이는 ‘팩트(사실)’가 아니었다. 에이티넘이 한때 에스디바이오센서에 투자하긴 했으나 투자금을 모두 회수해 지금은 아무 관련이 없는 회사였던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진단키트 등 코로나와 관계 있는 회사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근거 없는 소문과 가짜 뉴스를 바탕으로 주가가 뛰는 이른바 ‘짝퉁 코로나 테마주’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종목에 선뜻 투자했다가 자칫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에는 ‘코로나 테마주 총정리’, ‘코로나 관련주 매매 비법’ 등 주식 정보 동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떠도는 각종 코로나19 테마주 소식을 전달하며 투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카카오톡 공개 대화방이나 증권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미스리 메신저 등에서도 실시간으로 이 같은 정보가 오간다.
SNS에서 추천주의 하나로 꼽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신풍제약(019170)은 올해 초 7000원 선이었던 주가가 현재 1만4400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중국과 일본 언론 등이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며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개발한 신풍제약이 수혜 기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피라맥스는 중국과 일본에서 보도된 약품과 성분이 다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 효과도 입증된 바가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호재성 소식만 듣고 덜컥 투자를 결정했다가 주가 거품이 빠지면 투자금을 빼내지 못하고 물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인 오공(045060) 주가는 지난 2월 1만2300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6030원으로 사실상 반토막났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오공 마스크’를 이 회사가 만든다는 소문에 올해 초 3500원 선이었던 주가가 폭등했다가 뒤늦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며 거품이 빠진 것이다.
회사의 본업과 상관없이 자회사가 코로나 테마주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모회사 주가까지 덩달아 급등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발광다이오드(LED)를 주로 생산·판매하다가 올해 초 핀테크(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금융 서비스) 사업을 하겠다며 회사 이름을 바꾼 라이브파이낸셜(036170)(옛 시티젠)은 최근 들어 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인 콘돔 생산 업체 바이오제네틱스(044480)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콘돔 생산업체의 공장 가동 중단 및 생산 감소, 콘돔 가격 상승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상장사들이 어떻게 해서든 회사의 사업을 코로나19와 엮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며 “실제 기업 본업과 연관이 있는지, 치료제 개발 역량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가짜 수혜주를 가려내고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