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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도 결국 파산에 직면한 경남 통영 소재 중견 조선사 성동조선해양(이하 성동조선)은 총체적인 구조조정 난맥상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한 회사가 문을 닫으면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게 일반적이지만 성동조선의 경우 정치권, 정부, 노조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2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자금을 날린 성동조선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구조조정 난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장 조선업계부터 성동조선 이후 ‘파산 도미노’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19일 창원지방법원 관계자는 “성동조선의 3차 매각은 무산이 확정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인 오는 10월 18일까지) 공개매각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결론이다.
창원지법과 매각주관사 삼일PwC회계법인은 지난 13일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성동조선의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인수의향서(LOI)를 낸 투자자 세 곳이 자금조달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탓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법원이 투자자들의 자료 증빙에 시간을 더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그 가능성마저 사라진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추가로 진행한다면 3차 매각과는 별개로 한 비공개 수의계약(경매 혹은 입찰과 같은 경쟁계약이 아닌 적당한 상대를 선택해 계약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며 “수의계약 논의마저 안 되면 직권파산 절차를 밟든, 채권자에게 넘기든 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과 조선업계는 세 차례 시도가 불발된 만큼 4차 매각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문제는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 이후 투입된 거액의 혈세가 날아갈 판이라는 점이다.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채권 신고금액은 현재 1조723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금액도 8500억원이 넘는다. 법원이 못박은 데드라인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청산가(약 3000억원)를 빼면 2조3000원에 가까운 돈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인사는 “2조원이 사라졌는데도 누구도 책임 지지 않는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했다.
성동조선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끝이 아니다. 수은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7% 감소했다. ‘빅3’를 제외하면 언제 파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난맥상의 축소판인 이번 사례를 제대로 교훈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성환 한국금융학회장(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은 “시장 논리였다면 성동조선이 이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4차 혁명 같은 산업구조의 본질적인 변화기에는 어려울 때 정부가 붙잡아 버티면 살아난다는 과거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냉철한 돈의 논리를 최우선으로 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