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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부동산 투자가 규제로 막혀있잖아요. 미국과 일본 외에 베트남 같은 신흥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문의도 너무 많아졌습니다.”
고액자산가인 ‘수퍼리치(Super-rich)’를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문의가 늘면서 은행권이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자문센터 내에 해외부동산 특화 서비스를 잇따라 신설하는 등 은행권이 고액자산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올해 3월부터 부동산자문센터 내에 해외부동산매입 자문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자산관리(WM)사업 영역을 더 확대한 것이다. 두 은행은 이를 위해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케이에프코리아와 각각 업무제휴를 했다.
은행권은 그동안 국내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문을 해왔다. 국내 주택과 상가 등을 맡는 상담역이 해외 쪽도 병행하는 구조였다. 그러다보니 해외 부동산 투자를 보는 전문성이 부족했고 고액자산가의 높아진 눈높이도 충족하지 못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케이에프코리아와 손을 잡은 것도 해외 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해외 부동산 문의가 많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자산가에게 상담에서 더 나아가 매매와 금융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부동산자문센터 안에 해외부동산팀을 따로 만들었다. 고액자산가의 투자 트렌드를 더 깊이있게 파악하고자 신설한 조직이다.
그렇다면 자산가의 문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1순위는 단연 미국이다. 그 비중도 압도적이라고 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자산가의 투자 관점은 얼마나 자신의 돈을 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며 “원화로 1000억원을 갖고 있으면 앞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달러화를 보유하려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 부동산 자산에도 투자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국내 경기 침체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됐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강화된 규제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다보니 해외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으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일본 부동산 문의가 많은 것도 엔화의 안정성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대출금리가 낮다는 장점도 있다. ‘레버리지 효과’도 확실한 것이다. 안 센터장은 “한국의 대출금리는 2% 후반대인데 반해 일본은 1% 초반대여서 수익률 차이가 크다”며 “내년에 열릴 도쿄올림픽도 호재”라고 했다.
신흥시장 중 자산가의 관심을 모으는 곳은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면서 장기적으로 자산가치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자금 일부를 떼어놓는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과는 투자 콘셉트가 약간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