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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내년 설날엔 저도 편하게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있을까요?”
부산에 살고있는 뇌병변 1급 장애인 이흥호(49) 씨가 설 연휴에 고향 세종시 조치원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기차밖에 없다. 국내에는 아직 이씨처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가 없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은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20~30분 간격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시외·고속버스 중 하나를 잡아타면 되지만 이씨와 같은 장애인들은 하루에 단 몇 차례 정해진 시간에 기차를 타는 방법밖에 없다. 최근 장애인을 위한 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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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휠체어 탑승 가능 시외·고속버스 단 1대도 없어
지난 2016년 말 기준 전국 고속·시외버스 총 1만 730대 중 휠체어 사용자 탑승 편의시설이 갖춰진 버스는 한대도 없다. 모두에게 명절 연휴 귀경길은 전쟁이지만 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더욱 고역이다.
그들에겐 집 근처에 있는 버스터미널 대신 집 멀리에 있는 기차역으로 가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휠체어를 타고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기차역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차가 휠체어를 탄 승객의 편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이용하려면 몇시간이고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이씨는 “기차 중에는 출입문이 좁아 전동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열차도 있다”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열차가 올 때까지 10시간 가까이 마냥 기다린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고향에 도착하면 또다시 집으로의 이동을 걱정해야 했다. 이씨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시외 버스 중 간혹 버스 화물칸이 높은 경우엔 전동휠체어를 분해해 간신히 구겨 넣으면 탑승할 순 있지만, 부품 분실 문제와 번거로움 때문에 선뜻 탑승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잠깐을 위해 다시 조립과 분해를 부탁하기도 부담스럽다.
이처럼 장애인이 귀성길이 오르기엔 만만치 않은 일들이 많기에 아버지 장례 이후 십수 년이 지나도록 납골당도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미국의 대표 고속버스 업체인 ‘그레이하운드’는 2001년 이후 제작된 모든 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고 있고, 영국 역시 2000년부터 22석 이상 대중교통 수단은 저상버스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추진적이다.
휠체어 탑승 가능 버스 도입 앞뒀지만, 우려도 상존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은 지난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에서 시작됐다. 그 결과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이 제정됐다. 법에 따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시내버스에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고속·시외버스엔 한 대도 도입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명절마다 ‘장애인 시외이동권 투쟁’을 하러 버스터미널로 향해야 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투쟁 끝에 지난 2017년 9월 추석,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장애인 이동권 민관협의체 구성’을 약속했고 지난해 1월 장거리 버스에 휠체어 탑승 시설을 설치할 근거가 추가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을 위해 지난 2017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휠체어 탑승설비 장착 고속·시외버스 표준모델 및 운영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과 설연휴를 앞둔 지난 1일에는 버스 시승식도 열렸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막상 도입 버스 숫자가 극히 적다거나 철도 노선과 겹치는 주요노선만 운행할 경우 무용지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통과된 교통약자법 개정안도 운송사업자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버스에 설치해야만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고 있지 않아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버스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휠체어 탑승설비 버스 도입시 면허를 우선 부여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도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페널티를 준다는 내용은 없다”며 “운송 사업자 측에서 버스 도입에 대한 재정지원 뿐 아니라 좌석 수 감소로 발생되는 손실보전금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정책실장은 “향후 국토부는 현재 수립 중인 계획에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수정할텐데 최소 향후 10년 이내에 전체 시외·고속버스의 50%는 휠체어 탑승 시설을 갖춰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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