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이 정부가 제시한 위험 대출 기준인 DSR 70%를 맞추려면 연봉이 약 1700억원은 돼야 한다. 하지만 구 회장의 전년 소득을 ㈜LG 배당수익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40억원 안팎으로 DSR이 850%에 달해 한 은행에서 상속세 전체를 대출받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DSR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여러 은행에서 분할 대출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구 회장 연봉 기준 DSR 적용시 800% 넘는 ‘초고위험 대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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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연부연납은 상속인이 담보를 제공하고, 연이자 1.8%를 적용해 1차로 전체 ‘6분의 1’을 먼저 내고 나머지 ‘6분의 5’를 5년간 나눠서 내는 방식이다. 구 회장의 경우 7133억원 중 1차로 이달 말까지 1189억원을 내고, 나머지를 같은 금액 비율로 5년간 낼 전망이다. 따라서 1차분은 보유한 현금 등으로 낸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금액인 약 6000억원은 대출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구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선택할 가장 유력한 방안으론 주식담보대출이 꼽힌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을 합쳐 ㈜LG 지분 15%(약 1조 7000억원 상당)를 확보한 구 회장은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0월 31일부터 시행된 DSR 규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다.
정부는 DSR규제를 시행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기존엔 규제가 적용되지 않던 예·적금 담보대출과 주식담보대출까지 모두 포함했다. 이에 따라 DSR이 70%를 넘으면 위험대출, 90%를 넘으면 고위험대출로 분류하고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DSR 90%, 신한은행은 DSR 120%를 초과하면 ‘자동 대출 거절’로 분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각 은행의 위험대출 한도를 전체 가계대출의 15% 이하, 고위험대출은 10%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대출 기준이 다르지만 DSR 90%를 넘는 고위험군의 일반인이라면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선 초우량 고객…대출 한도 탓 여러 곳 분할 대출
하지만 금융당국은 구광모 회장과 같은 초우량 고객은 은행 입장에서는 DSR이 90%를 넘더라도 안전한 고객으로 판단해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구 회장에게 대출을 승인하면 그만큼 은행의 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6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한 곳에서 모두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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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이번 상속세 납부에 대해 관련 법규에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상태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등 상속인들의 상속세 납부는 보유 현금과 대출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 성실히 납부할 것으로 안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