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정자법]오세훈법, 2004년 두 달 만에 완성…차떼기 사건 직격탄

유태환 기자I 2018.08.09 05:00:00

국민 비판 여론에 오세훈법 속전속결 통과
법인·단체 후원 금지와 지구당 폐지가 골자
불법정치 자금 통로·원인 모두 끊자는 취지
하지만 원외 당협위원장 후원 통로도 막혀
"국민 눈높이"라지만…현역 기득권도 한 몫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가운데), 김성태 자유한국당(오른쪽),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특활비 관련 합의와 하반기 국회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8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포토타임을 갖은 후 별실로 이동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이번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서 정치발전이 5년, 10년 앞당겨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5년 뒤돌아갈 수도 있다.”

오세훈 전(前) 서울시장이 2004년 1월 8일 열린 정개특위 첫 회의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간사자격으로 말한 각오다. 이후 오 전 시장의 주도로 정개특위는 소위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정당·선거관련 법안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다.

오세훈법은 크게 정치자금에 관한 법(현행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현행 공직선거법) 3개로 분류된다. 법인과 단체 등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지구당을 폐지하는 이 법안들의 골격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후원 금지·지구당 폐지 쌍끌이 개혁

국회 회의록과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오세훈법은 16대 국회 마지막 정개특위에서 채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속전속결로 통과된다. 민생경제 관련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조차 수개월을 넘기기 일쑤인 상황을 고려하면, 정치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법안들이 이례적으로 빠른 시일에 통과했다는 말이다.

그만큼 정치권 안팎에서 정치자금 등에 대한 개선 여론이 비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정개특위가 새로 구성된 2004년 1월 초는 검찰의 ‘200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한나라당이 대기업으로부터 약 800억원에 이르는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차떼기 사건’이 세간에 드러난 직후였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캠프 역시 수백억 원대 불법대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당시 여권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여야의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모인다. 첫 번째는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 자체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당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편해 정당 운영에 거액이 필요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개인을 제외한 법인과 단체 등이 당과 국회의원에 기부하는 것을 원천 금지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다. 또 정당법을 통해서는 ‘법정지구당을 폐지하고, 정당의 구성은 중앙당과 시·도당으로 하도록 한다’고 규정한다.

◇지구당 부활 개정안 발의에도 논의 지지부진

결국 이런 법 개정 결과로 의도하지 않게 원내·외 정치인에 대한 정치후원금 모금 차별이 발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2004년 정당법 개정 이전에는 원외 당협위원장도 자신의 지역구에 지구당 후원회를 두고 국회의원과 같은 2억원 한도의 후원금을 받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돈 먹는 하마’라는 인상이 강했던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원외 정치인들이 공직선거 직전 예비후보 등록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 외에 평소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받는 창구도 막히게 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정당이 지역주민의 의사를 직접 수렴하고 전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구당을 부활시키는 정당법 개정안이 몇 건이나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정개특위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일부에서는 비판적인 국민여론과 함께 현역의원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법 개정을 꺼린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성찬 한국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구당 부활은 국민들 눈높이에 안 맞는 부분과 과거로 회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우리 현실만 얘기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며 “현역 의원들이 원외 당협위원장 편의를 봐주는 지구당에 대해 부정적인 면도 있어서 풀기 어려운 문제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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