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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0일 오전 11시 22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낭독한 순간, 역사적인 선고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우리가 이겼다”며 함성을 질렀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길거리에서 무리를 지어 노래를 부르고 장난감 나팔을 불며 ‘승리’를 자축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교체한 새역사가 쓰여진 순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에는 일반 시민이 있었다. 2016년 10월 29일부터 지난해 4월 29일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열린 ‘촛불 집회’는 광장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연인원 1600만명에 육박하는 시민들은 133일 동안 매주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촛불로 새 시대 연 사람들…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역사의 현장을 함께한 이들은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끈 장본인이라는 점에 뿌듯해하면서도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멈춰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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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오는 6월 열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사회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정치 축제를 기획 중이다. 김씨는 “청년들이 정치나 사회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게스트 하우스 형식의 실험을 구상하고 있다”며 “상반기 안에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인원을 1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월호 생존자로 촛불집회에서 발언자로 나섰던 장애진(21)씨는 지난해 12월 독일 공익·정치 단체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수여하는 ‘에버트 인권상’ 대표 수상자 자격으로 독일 베를린에 다녀왔다. 에버트 재단은 1994년 인권상 제정 이래 처음으로 특정 단체나 개인이 아닌 한 국가의 국민을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오는 11월 구조사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씨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줘서 부끄러웠다”면서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변화시켰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가꿔나가는 것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다 같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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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최근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도 숨죽이던 사회적 약자들이 용기를 내고 부조리함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사회 정의를 위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를 주관했던 퇴진행동은 약 500페이지 책 두 권 분량의 촛불 백서를 제작하고 전국의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에 촛불집회를 기념하는 상징물 선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촛불집회 기념물은 시민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전문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촛불 백서와 조형물 제작은 새 정부 출범 시기인 5월에 맞춰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진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촛불 백서팀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미투 운동 등 사회가 변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참여로 그만큼 더 발전하고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