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팀의 불협화음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9일 준준결승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들어오고 노선영은 뒤처져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제일 늦은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게 되므로 처진 선수를 뒤에서 밀어주며 한 몸처럼 움직이는 팀워크가 중요한 상황에서 불편한 낌새가 드러난 것이다. 국내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두 선수가 동료를 왕따시키는 추태를 부렸으니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 오죽하면 외신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라며 “엘리트 스포츠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기분 나쁜 이야기가 TV로 중계됐다”고 꼬집었겠는가.
더 황당한 상황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빚어졌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준결승전 진출 실패를 노선영 탓으로 돌리자 “팀추월의 기본을 망각한 궤변”이란 질타가 쏟아졌다. 김보름은 그제 긴급 기자회견에서 울며 사과했으나 정작 노선영과는 경기가 끝난 뒤 만나지도 않았다니 진정성이 의심된다. “노선영이 맨 뒤로 빠지겠다고 자청했다”는 백철기 감독의 주장을 노선영이 정면 반박하고 백 감독이 재반박하면서 진실 공방까지 벌어지는 판이다.
팀추월팀의 내부 갈등은 진작부터 예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한때 대표단에서 제외됐던 노선영은 “작년 12월 10일 이후 팀추월팀이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한 적이 없다”고 폭로한 바 있다. 전명규 연맹 부회장이 김보름 등 일부 선수를 따로 훈련시켰다는 것이다. 선수들 간의 단순한 경쟁심이 아니라 빙상계의 해묵은 파벌싸움이 이번 사태의 배경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전명규파와 반(反)전명규파, 한국체대와 비(非)한국체대로 갈린 파벌다툼이야말로 빙상계의 적폐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도 그것이 하나의 원인이 됐다. “김보름·박지우의 국가대표를 박탈하고 연맹을 엄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틀 만에 50만명을 훌쩍 넘어 최단기간 최다 청원을 기록한 것은 빙상계의 갑질에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엄숙한 선언인 셈이다. 빙상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아직 매스 스타트 등의 경기가 남은 만큼 이제라도 단합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