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자 생존율처럼 자영업 관련 지표들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저조한 이유는 자영업자들의 매출과 비용 발생의 불균형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영업자들은 매출 성장의 기회가 제한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지출과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이렇게 예기치 못한 자금의 니즈가 발생했을 때 그 조달의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은 그들에게 큰 허들이 된다. 이 허들은 임금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 환경이 불안정한 자영업자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영업자들은 적시에 이 언덕을 넘지 못할 경우 극단적으로는 폐업이라는 고비를 맞게 된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잘되고 안 되고의 여부에 상관없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운영자금’의 니즈가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자금난을 해결해줄 수 있는 창구는 많지 않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서도 자영업자들은 사업자금을 ‘본인 또는 가족이 마련한 돈’에서 충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이는 지속적인 솔루션이 될 수 없다. 결국 차선책으로 금융기관을 찾게 되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은 매우 제한적이다. 낮아지지 않는 자영업 폐업률만큼 자영업자 대상 대출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사이에서 자영업자 대상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자의 회사에서도 월평균 1000 여건의 대출 신청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금의 목적은 상점의 영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한 ‘운영자금 마련’이다.
이와 같은 운영자금을 확보하게 하는 자영업자들의 매출과 비용의 발생은 외부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이 있다. 단순하게는 장마나 황사와 같은 날씨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공휴일의 유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펀다의 500 여 대출 고객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난 10월 장기간의 추석 연휴는 임금근로자에게는 ‘황금 연휴’라고 칭할 정도로 환영받았지만, 자영업자들은 영업일 감소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온도 차가 있었다. 또한 때로는 김영란법과 같은 사회적 변수나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이나 국가적 재난 상황과 여러 가지 대내외적인 변수로 인해 자금난의 위기에 몰리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에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받는 것만으로도 자영업자에게는 긍정적인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일례로, 한 대형병원 근처에서 제법 큰 규모의 복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던 한 상점주는 2015년 메르스가 발병하고, 근처 병원이 집중관리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매출 급락이라는 큰 타격을 입었다. 병원 주변의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 상권 자체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상점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국가 재난 상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급하게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메르스 여파가 잠잠해지면서 매출은 예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고금리 대출의 이자 등 금융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이때 이 상점은 펀다의 연 10% 중금리 대출로 기존 대출을 대환해 이자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대환 후 상점주의 신용등급도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위 사례가 그저 이상적인 미담처럼 들린다면 이를 실화로 만드는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 미담은 이제 겨우 3년 차를 맞은 스타트업도 충분히 만들어가고 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자영업자를 바라볼 때 폐업률이라는 결과적인 통계만을 보고 리스크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의 생태계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자영업자 대한 불안감도 잦아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