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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이번엔 '전관유착 저격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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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17.10.25 05:10:50

''김상조판 로비스트법'' 발표
등록된 외부인만 접촉 가능
청와대·정치권 외압 차단 관건
메신저 이용 ''로비 사각지대''도
"공정위 독립성 확보가 중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결과적으로 김종중(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 사장)의 김학현(공정위 전 부위원장)에 대한 청탁이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8월27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1심 판결문에 재판부가 적시한 내용이다. 김 사장은 그룹내 명실상부한 ‘이재용 맨’으로 실질적인 그룹 2인자다.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관련해 김 전 부위원장과 끊임없이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 측은 “정당한 민원 제기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성공한 로비’로 판단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를 두고 “공정위가 국민 기대에 걸맞은 역량을 갖고 있는지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번에는 ‘전관 유착 저격수’로 나섰다.

공정위가 24일 ‘외부인 출입·접촉 관리방안 및 윤리준칙’, 이른바 ‘공정위 로비스트 규정’을 발표한 배경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정위는 내년 1월부터 대기업이나 로펌에 나간 OB(전관) 및 대형법무법인 소속 변호사·회계사는 출입등록을 하고, 면담 내용은 상세하게 기록에 남기도록 하는 예규를 만들 계획이다. 등록한 외부인은 투명하게 기록을 공개하고, 그렇지 않은 외부인은 공정위와 사실상 접촉을 할 수 없도록 ‘빗장’을 걸었다. 공정위 OB와 YB(현관)간 부적절한 만남이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금융감독위원회나 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 기관들도 ‘김상조의 실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에 대한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공정거래위원회에 CJ그룹에 대해 불이익 처분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정치권 외압에서 ‘독립성’ 확보가 관건

하지만 이번 방안이 공정위의 독립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아있다. 전직 공정위 출신 인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나 국회의 외압 차단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공정위가 박근혜 정부 시절 외압에 휘둘린 핵심에는 청와대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는 이런 증언이 재차 나왔다. 우 전 수석이 지난 2014년 4월 시행된 영화 산업 분야 실태조사 이후 영화 ‘변호인’ 등을 제작한 CJ 그룹에 대해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이라는 불이익 처분을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은 항소재판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여기에는 공정위가 준(準)사법기관 지위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앙행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지닌 태생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사무처(검사역할)와 위원회(판사역할) 조직이 ‘한몸’으로 구성돼 있고,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은 국무위원이다. 독립적으로 사건을 처리해야하지만,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임무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부당한 외압’과 ‘정당한 통치행위’간 틈새에서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으로부터 흘러오는 외압도 마찬가지다. 전직 공정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사건처리 과정을 물어보거나 특별한 요구를 할 경우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공정위 독립성 확보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 부위원장은 “필요하다면 나중에 별도로 검토를 하겠다”고 애써 답변을 피했다.

◇메신저·SNS 등 ‘사각지대’ 차단 불가능


공정위가 등록된 외부인이 아니면 접촉을 차단하고, 등록된 외부인과 면담은 상세하게 기록에 남기기로 했지만 ‘우회 로비’ 구멍은 여전히 있다. 본인 휴대전화가 아닌 일반 전화로 연락하거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SNS나 메신저 등도 다 포함해서 기록에 남길 계획”이라고 했지만, 정보통신기술(IT)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일일이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부인과 면담을 하더라도 ‘은밀한 장소’에서 만나 부정한 청탁이 이뤄질 경우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이런 엄격한 ‘사전 규제’가 공정위의 조사 능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공정위 내부에서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투명성 확보라는 전제에 누구나 동의를 한다”면서도 “때로는 공식적인 만남이 아닌 자연스러운 만남에서도 정보를 듣고 시장이해도를 높이는 측면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을 기록에 남기라고 하다보면 아예 만남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현실과 무관하게 직원들이 책상머리에서 보고서만 읽는 ‘외딴섬’이 될 수도 있다”면서 “차라리 비위행위가 발생하면 엄격한 제재를 주면서 재발방지 효과가 있는 사후제재 방식이 실효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황 고려대 법무전문대학교수는 “이번 공정위가 내놓은 방안은 그간 문제가 됐던 전관예우 문제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지속 가능한 방안은 아니다”면서 “청와대나 정치권 외압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공정위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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