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학렬의 All that 부동산 93회] 투기 지역은 정부 공인의 수요가 차고 넘치는 곳!

노희준 기자I 2017.10.14 06:00:0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꽤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 특히 이번 8.2 부동산 대책은 지난 20년간 실시되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공부를 한꺼번에 하는 좋은 기회를 주었다.

지난 두달간 8.2 부동산 대책에 대한 수많은 리포트를 읽고 난 후의 내린 결론은 부동산 의사결정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입지요, 둘째도 입지고, 마지막도 입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입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첫째, 가장 먼저 수요와 공급 현황을 파악해야 하고, 둘째, 그 다음으로 적정 가격을 알아야 하며, 셋째, 마지막으로 상품 경쟁력 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입지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8. 2 부동산 대책으로 입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가장 중요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의사결정을 확실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입지에 대해 경쟁력 여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주었다.

정부는 전국의 입지를 4단계로 나누었다. 투기지역(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용산, 성동,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 세종시), 투기과열지구 (서울 구로, 금천, 동작, 관악, 은평, 서대문, 종로, 중, 성북, 강북, 도봉, 중랑, 동대문, 광진, 경기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조정대상지역 (경기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남양주, 동탄2, 부산 해운대, 연제, 동래, 수영, 남, 기장, 부산진), 기타 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지역)이 그것이다.

입지는 세분화하면 할수록 좋다. 입지별 접근 전략을 세분화해서 짤 수 있으니까 말이다. 투기지역으로 선정한 구체적인 법안 기준이 있지만 일반인들이 그것을 알 필요는 없다. 단 한번도 그 기준에 맞추어 지정하거나 해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분위기다. 수요가 너무 많다 싶으면 지정을 하는 것이고, 수요가 없다 싶으면 해제를 하는 것이니까.

따라서 가장 강도가 높은 투기지역은 수요가 차고 넘치는 곳 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투기과열지구은 그 다음으로 수요가 많은 곳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수요가 많은 것 같긴 한데 조금 더 지켜 보겠어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기타 지역은 알아서 판단하라는 곳이다.

결국 투기지역은 수요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다른 말로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평가받고 인정받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해하기도 쉽다. 수요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공급으로 수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곳이다. 부동산의 부증성 때문에 공급을 희망하는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투기지역의 적정 가격은 소비자가 정한다는 것이다. 평당 3천만원을 하던, 5천만원을 하던, 1억원을 하던 이 지역에서 거품 가격이라는 말을 쓸 수가 없다. 소비자가 그 가격대를 받아주는 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소위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적용되는 곳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일부러 더 비싸게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구입할 만한 가격이기 때문에 구입을 하는 것이다.

이 부동산 시장에 있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다. 돈을 제대로 알고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이니까. 여긴 가격이 높다는 식으로 평가하면 답이 안 나오는 지역이다. 그냥 제일 비싼 지역이니까. 평당 1천만원 미만 시각으로 평당 5천만원 시장을 조정하려면 답이 안나온다. 이해 못하겠으면 그냥 원래 비싼 지역이라고 인정하면 된다.

결국 투기지역에서의 상품경쟁력은 어떤 상품이 더 비싸게 판매될 수 있느냐다. 당연히 입지가 더 좋고, 상품이 더 새거 일수록 더 비싸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가치가 높고, 대단지일수록 상품 가치는 올라간다. 새아파트일수록 비쌀 수 밖에 없는 지역이다. 2016년 8월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34평형이 24억원 전후다. 평당 7천만원 전후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일반 아파트다. 이것이 거품일까 아닐까? 투자자들끼리 주고 받는 시장이면 거품일 것이고 실수요자들 위주로 거래가 되는 시장이면 정상가일 것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11개 지역과 세종시 중 실수요자들 위주로 거래되는 지역이 있고,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간 지역이 있다. 투기 지역도 지역별로 나누어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수요층이던 투자 수요층이던 투기지역에 관심이 많다면 이 12개 지역을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셨으면 좋겠다.

정부는 이 12개 지역을 같은 눈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모두 다른 시장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기회가 더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수요는 차고 넘치는데 추가적인 공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상승시장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상승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중간중간 조정시장이 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실수요자라고 하면 조정시장이 최적의 진입 타이밍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사후적으로만 판단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조정되길 너무 많이 기다리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실수요자라면 말이다. 꼭지에서 매수한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부가 평가한 대로 입지를 그대로 이해하자. 그것이 가장 객관적인 입지 평가 보고서일테니까 말이다.

▶ 더리서치그룹 김학렬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의 저자로 16년간 대형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이데일리 등 주요 일간지, 각종 주간지, 월간지 등에도 부동산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입지 분석 및 부동산 시장 전망과 관련한 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고, 직방 대표 칼럼니스트이기도 한다. 4만 3천명이 구독하고 있는 빠숑의 세상 답사기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현재 아시아경제TV 대국민 부동산 토크쇼 살家말家, 부동산 클라우드 팟캐스트 진행도 담당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