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TV로 생중계되는 국정감사장에 기업인들을 나란히 앉혀놓고 호통을 치며 망신을 주는 구태가 되풀이될 모양이다. 벌써부터 정몽구·구본무·최태원·신동빈·김승연 등 재벌 총수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국감출석 대상으로 적시한 명단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국회의 ‘기업인 군기잡기’로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재계에 비상이 걸릴 만도 하다.
국감 때마다 국회가 기업인을 무분별하게 소환하는 것은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이다.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거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연평균 52명에 이르렀던 기업인 증인은 18대 77명, 19대 124명으로 껑충 뛰었다. 20대 국회 첫 국감인 지난해에도 150명으로 역시 크게 늘었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재벌개혁 바람을 타고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조짐이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기업인을 부를 수는 있다. 문제는 정책과 관련된 질문은 않고 호통과 인격모독성 막말, 훈계 등 자기들 말만 늘어놓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19대 국회의 경우 4년간 국감에 출석한 기업인 중 76%는 답변 시간이 채 5분도 안 됐다. 그나마 12%는 아예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한다. 불렀으면 사실 관계를 제대로 따지고, 질문을 했으면 충분히 답할 시간을 주는 게 정상 아닌가.
이러니 국회의원들이 기업인 소환을 지역구 사업 해결이나 정치자금 모금, 취업 청탁 등 뒷거래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털어서 먼지 나오기 마련인 것은 재벌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약점을 걸어 국회에 나오지 않도록 출석 명단에서 빼주는 대가로 각종 청탁이나 협찬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 국회 주변의 얘기다. 적폐 중의 적폐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문제, 중국의 사드보복 강화 등 안팎의 악재로 기업 환경이 최악에 몰린 상황이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정세균 국회의장조차 “올해 국감에서는 증인을 과도하게 채택하는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을까 싶다. 기업인을 줄줄이 국감에 부르는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