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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찰 '인권 감수성’부터 키워라

이승현 기자I 2017.05.30 06:00: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최근 경찰 수뇌부의 발언 내용 등을 보면 이번 정부에서 수사권을 확보하겠다는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 잘 드러난다. 지난 25일 청와대는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 구현방안을 마련해오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경찰은 곧바로 “앞으로 집회현장에서 차벽과 물대포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겠다”며 ‘스웨덴식 대화경찰’을 답으로 내놨다.

이철성 청장은 대통령 외부행사 경호를 맡는 서울청 제22경찰경호대장과 국회주변 경비를 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등을 거친 경찰내 대표적인 ‘경비통’이다. 수사권 확보를 위해 청장마저 집회시위 대응에 대한 인식과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인권보호 대책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직무집행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인권영향평가’ 제도 도입과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영상녹화 및 진술녹음 전면 의무화, 초동수사 때부터 피의자가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 등을 논의 중이다. 피고소인 등이 경찰 출석에 앞서 자신에 대한 고소장 등 수사서류를 미리 보도록 해 방어권의 실질적 행사를 보장하는 예규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서울 성동경찰서 형사들이 일반 시민을 전화금융사기 전달책으로 오인하고서 검거를 시도하다 얼굴 등을 마구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성동서 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과의 글을 올리고 서울지방청은 감찰에 착수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도 경찰은 때려서 범인 잡나’라는 말이 나온다.

경찰은 총 11만명(의무경찰 제외)의 구성원들이 일사분란한 지휘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계급 조직이다. 이 조직이 변하려면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인권보호 강화 제도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구성원들의 변화에는 얼마나 관심이 있는 지 의문이다. 바뀐 제도를 수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수뇌부는 일선 경찰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충분히 해야 한다. 체포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서 인권침해가 없도록 훈련을 통해 몸에 익혀야 한다. 검거실적 위주의 업무평가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범인 검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내부의 불만은 곱씹어 볼만하다. 시민들은 결국 일선 경찰관이 나와 지인에게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대한민국 경찰을 평가하게 된다.

제도 몇 개를 서둘러 고치고 만든다고 갑자기 인권경찰이 되지는 않는다. 구성원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지난한 과제가 놓여 있다. 경찰 개개인의 인권의식 제고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면 국민도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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