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타워점은 지난해 61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국내 3위 면세사업장으로, 올해 1분기 18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 평균 판매액이 20억원에 이른다.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지 않았을 경우 보름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 300억원의 매출이 과연 어디로 흘러갔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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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 최대 고객으로 떠오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단체관광객 비중이 높은데 중국 현지에서 한국으로 패키지 관광을 보내는 여행사의 역할이 크다. 국내 면세점은 중국 현지 여행사에 인두세 형식으로 1인당 리베이트 비용을 주거나,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면 매출의 10~20% 수준을 돌려주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이 경우 국내 면세점과 중국 현지 여행사가 쌓아놓은 계약관계와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월드타워점 매출이 롯데 코엑스점이나 본점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매출이 코엑스점·본점으로 이동한 비율이 채 10%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본점은 매출 6537억원(일매출 72억원), 코엑스점은 838억원(일매출 9억 2000만원)을 올렸는데 7월 이후 일매출이 2분기 수준(본점 75억원, 코엑스점 10억원)과 큰 차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월드타워점 고객이 일본·대만 등 다른 국가로 상당수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월드타워점은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했고 아쿠아리움·테마파크 등 오락시설을 갖췄다. 롯데 코엑스점은 3대 명품이 없고, 본점은 인근에 주요 관광지를 빼고는 테마파크 등 별도의 오락시설이 없다. 반면 일본 도쿄에는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가 있고 연초 한국식 시내면세점이 들어서는 등 관광 인프라를 갖췄다.
중국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서울 관광은 그동안 명동과 강남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광코스를 만들 수 있었는데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쇼핑 포인트가 없는 강남 코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며 “서울 관광상품이 명동으로 집중되다 보니 코스 구성에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다른 국가의 여행상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분석이 되지는 않았는데 최근 국내 쇼핑센터로 유입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실제 늘어난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어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시내면세점들도 7월 이후 매출에 별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이구동성으로 보이고 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일평균 11억원에 최대 15억원선, 한화(000880)갤러리아면세점63은 6억~7억원, 신세계(004170)면세점 명동점은 일평균 5억원 이상에 최대 10억원, 두타면세점은 5억원가량, SM면세점은 4억원가량이다.
신규 면세점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최소 한 달에서 한 달 반은 지나야 월드타워점 고객 이동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롯데가 코엑스점·본점으로 절반 이상 가져가고 나머지를 신규 면세점이 나눠 갖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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